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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6개 크기 ‘야생 복제판’… 호랑이 6마리 어흥∼ [S스토리-관리 부실 비집고… 탈출하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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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가보니

해발 600m 위치 亞 최대 규모 호랑이숲
서식지와 비슷하게 흙·나무·바위 등 재현
태범·무궁 등 방사… 야성 지키며 살아가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가는 길은 여간 녹록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진입로인 영주 나들목(IC)을 빠져나와서도 무려 50㎞를 더 달려야 한다. 백두대간수목원이 위치한 봉화군 춘양면에 진입해도 꼬불꼬불 길은 끝도 없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첩첩산중의 속살을 하나씩 걷어내자 그제서야 백두대간수목원에 다다른다. 봉화의 끝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척추를 이루는 1400㎞의 백두대간. 한반도 최대의 산줄기이자 핵심 생태축이다. 장엄한 산줄기 해발 600m 고지에, 백두대간수목원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호랑이숲이 있다. 이곳은 동물을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호랑이가 본연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흙과 나무, 바위를 그대로 살려낸 거대한 야생의 복제판이다. 호랑이가 가장 호랑이다운 야성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설계됐다.

 

‘태범’.
‘태범’.

크기는 축구장 6개를 합쳐 놓은 3.8㏊에 달한다. 호랑이 10마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각각 다른 사연을 가진 6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 2017년과 2019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온 수컷 호랑이 우리(14), 남매인 한(12)과 도(12), 2021년 에버랜드에서 영구 기증받은 남매 태범(6)·무궁(6), 지난해 10월 대전 오월드에서 넘어온 암컷 미령(4)이 있다.

과거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백두산호랑이로 불리는 시베리아호랑이다. 호랑이는 하루 100㎞를 너끈히 달릴 정도로 활동범위가 넓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서식하는데 과거 한반도에서도 활동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백두산호랑이와 시베리아호랑이는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종(種)임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백두산호랑이는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포획된 이후 멸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백두대간에 호랑이들의 보금자리가 마련된 건 과거 봉화가 진짜 백두산호랑이의 서식지였기 때문이다. 봉화에선 백두산호랑이 분포의 흔적인 호식총이 다수 발견돼 유전적 근원지로 꼽힌다. 봉화의 주변 환경과 식생은 러시아 자연서식지와 유사하다고 한다. 봉화는 예전엔 한겨울에 영하 49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현재도 한겨울 봉화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사람에겐 혹독한 추위이지만 시베리아 기후에 최적화된 호랑이들에게는 최적의 생태 환경인 셈이다.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전경.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전경.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사육사들은 호랑이의 야생성 회복과 스트레스 저감을 위해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 이한경 사육사는 “생태 습성을 고려한 나무타기 시설 등으로 사지 근육 발달을 돕고, 그룹별 방사 활동을 통해 자연스러운 서열 구조와 상호 관계 능력을 발달시키는 등 사회성 풍부화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식자의 체취나 나무 인형 등을 제공해 후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감각 풍부화’, 종이 상자를 활용한 먹이 탐색, 시기별 특식(보양식) 제공을 통해 섭식 욕구를 충족하고 야생성을 증진하는 ‘먹이 풍부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과거 한반도 전역을 영토 삼아 포효하던 백두산호랑이는 현재 전세계에 750마리, 국내 30여마리뿐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호랑이숲에는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호랑이숲은 시민에 개방된 공간이지만 전시가 아닌 종 보전이 목표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백두대간수목원은 식물과 동물이 어우러진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생태 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