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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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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이익에 치우쳐 불평등 악화시킬까 우려
지금이야말로 노조 규약 행동으로 증명할 때

“조합은 조합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옹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삼성초기업노조)’의 규약 중 일부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노동조합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민주시민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자각이다. 노동자이면서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간의 존엄성”을 쟁취, 유지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시민은 조합원에게만 인정되는 가치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되는 가치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감사원장 대행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감사원장 대행

“우리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단호히 맞선다. 나이, 성별, 국적, 장애, 고용형태를 이유로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노동자 사이의 격차와 계급화를 막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더 나은 대안을 사회에 제안한다.”

“우리는 뜻을 함께하는 모든 노동세력과 단결한다. 시민사회와 정치세력과도 연대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다른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국삼성노조)’의 강령 중 일부다. 전국삼성노조 강령은 삼성초기업노조의 규약을 더 구체화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차별과 억압의 해체, 격차와 계급화를 반대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 평등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려면 노동 및 시민사회, 정치세력과 연대를 해야 한다. 두 노동조합은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강령과 규약은 노동조합의 기본 입장이자 방침이다. 삼성전자 노조들은 이 강령과 규약에 따라 활동한다고 모든 노동자와 사회·정치세력에게 약속했다. 최근 이 약속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지급 요구를 둘러싼 노동쟁의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만큼 노조의 이번 쟁의 영향력도 막대하다. 성과급 요구가 적정한 것인지를 두고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 노조의 상여금 지급 요구는 합법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상여금이 임금의 일부라면 노동조합의 요구는 합법적이다. 그렇지만 합법적이라고 정의롭거나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민주시민의 일원으로 모두에게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소속 노동자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이해, 농민을 포함한 근로대중, 일반 시민의 이해도 지켜야 한다. 차별과 억압 반대, 배제와 격차 해소, 계급화 반대, 좋은 일터, 인간다운 삶은 모든 이의 소망이다.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정치세력,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적인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도 그렇지만 사회의 모든 일에는 사적인 이익과 함께 공적 헌신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경영자도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지 않는다. 경영자도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사회에 공헌한다. 대중의 삶의 질을 높인다. 노동조합도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투쟁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 보장, 차별과 억압 철폐, 배제와 격차 해소, 계급화 반대, 좋은 일터 등 공적 이익을 위해 헌신한다.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투쟁하고 희생한다. 노동조합은 경영자보다 공적인 측면이 강하다. 절대다수인 근로대중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민주적이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정의와 공정이 넘치는 사회,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는 사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투쟁은 기로에 서 있다. 노조가 사적인 이익에 치우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적인 헌신을 잊을까 우려된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삼성전자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 노동조합 규약에서 말하듯 모든 근로대중과 국가 차원의 문제다. 국가 차원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살리는 방향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모아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조합이 자신의 규약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이때 노동조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떳떳하게 노동조합을 지지할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감사원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