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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서 베일 벗은 정주리 감독의 ‘도라’… 日 안도 “첫 한국 영화 처음에는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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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주간서 장편영화 공개

안도 “언어 부담… 감독 편지에 용기”
정 “프로이트 속 도라 사례에 매료”

정주리 감독에게 ‘도라’는 오랫동안 품어온 프로젝트였다. 첫 장편영화로 만들고자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고, 2019년부터 본격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작품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됐다. 19일(현지시간) 칸 현장에서 정주리 감독과 주연 안도 사쿠라를 만났다.

영화는 18세 한도라(김도연) 가족이 서울을 떠나 남해안의 바닷가 마을로 향하면서 시작한다. 신경쇠약 증세를 겪던 도라는 몸 곳곳에 붉고 진물 나는 피부 질환까지 생겨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요양을 위해 내려간 바닷가 마을에는 도라 아버지 상훈(최원영)의 지인 연수(송새벽)와 그의 일본인 아내 나미(안도 사쿠라)가 살고 있다. 도라는 자연 속에서 나미와 복잡한 감정적 관계를 맺으며 점차 생명력을 회복한다.

 

19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도라’의 한 장면. 레드피터 제공
19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도라’의 한 장면. 레드피터 제공

정 감독은 나미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주목해 초기 시나리오에서 한국인이던 나미 캐릭터를 일본인으로 바꿨고, 이 과정에서 안도 사쿠라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안도 사쿠라는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3회 수상자이자,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배우.

안도 사쿠라는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했다. “각본이 좋았지만 섹슈얼한 장면을 찍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정보량이 너무 많다고도 느꼈다. 한국어 연기도 장벽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정 감독이 보낸 편지였다. 안도 사쿠라는 “나미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했다.

 

정주리(왼쪽), 안도 사쿠라
정주리(왼쪽), 안도 사쿠라

나미 캐스팅이 확정된 뒤 도라 역에는 K팝 걸그룹 출신 배우 김도연이 발탁됐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외형 대비가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도라는 처음에는 바다를 두려워한다. 힘을 주며 버티다 오히려 물속으로 가라앉는 도라에게 나미는 “버티지 말고 놓으면 떠오른다”고 말하며 도라의 변화를 이끈다. 도라는 나미를 향한 강한 욕망을 품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

작품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 연구’를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프로이트가 대상화했던 18세 여성 ‘도라’. 이를 전복해 여성의 욕망과 몸의 주체성 문제를 다시 물으려는 시도다.

정 감독은 20여년 전 프로이트를 읽으며 도라 사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재독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이 보였다. 그는 “다시 읽어보니 모든 것이 철저히 프로이트의 시선으로만 서술되고, 정작 도라 자신의 목소리는 없더라”라며 “도라는 욕망하는 주체가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더라”라고 했다. 이어 “도라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다시 쓰려 했다”며 “도라에게 사랑이 깃들며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고 나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14년 데뷔작 ‘도희야’(주목할 만한 시선), 2022년 ‘다음 소희’(비평가주간)에 이어 ‘도라’까지 모든 장편을 칸에서 선보이게 됐다. 그는 “늘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다”고 돌아보며 “완성된 영화를 관객과 바로 나눌 수 있어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