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 내고향!”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이 펼쳐진 20일 수원종합운동장. 동쪽(E) 스탠드에 모인 응원단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온 축구단을 향한 응원 구호가 빗속을 뚫고 울려 퍼졌다.
이들은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200여개 단체가 결성한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이다. 지난 18일 정욱식 공동응원단장은 보도자료에서 스포츠를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면 역설적으로 정치적 관계가 먼저 나아져야 하며, 이번 공동응원이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걸음’이 되리라고 당위성을 내세운 바 있다.
이날 경기는 아시아 최정상을 가려 무려 100만달러(약 15억원)의 상금까지 주는 엄연한 공식 국제대회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대회 이후 8년 만이며, 축구로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방남이다. 대표팀이 아닌 여자 축구 클럽팀의 방한은 역사상 최초다.
공동응원단 손에는 수원FC 위민의 엠블럼과 내고향축구단의 엠블럼이 각각 새겨진 두 개의 깃발이 들려 있었다. 응원에 참가한 한 시민은 단체 관람을 신청한 이들에게 공동응원 주최 측이 나눠준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두 구단의 깃발과 다양한 응원 문구가 적힌 머플러 등을 목에 두른 채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 시간대에 맞춰 예보됐던 차가운 봄비와 거센 바람이 몰아치면서 관중들은 날씨와도 맞서야 했다. 전반전이 끝나고는 매서운 추위와 빗줄기를 피해 많은 관중이 경기장 복도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관중석에서는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응원으로 추운 날씨를 물리칠 듯한 열기를 이어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속에서 90분간 이어진 응원이었지만, 내고향축구단 선수들은 2대1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한 후 응원단을 향해 눈길이나 인사도 없이 라커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아무 답례 없이 멀어지는 선수들의 뒷모습에 응원단은 아쉬운 듯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선수들의 행동은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리유일 내고향축구단 감독 발언과 정확히 맥이 같았다. 리 감독은 지난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3000여명의 공동응원단이 두 팀을 응원할 예정이라는 질문에 “우리는 여기에 철저히 경기를 하러 왔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경기에만 집중할 뿐 응원단 문제는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는 팬들의 응원에 “경기에 집중하느라 의식하지 못했다”면서도 “관중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공동응원을 바라보는 축구팬들과 시민사회의 시선은 시작 전부터 냉정했다.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 내 정치적·민족주의적 메시지 표출을 규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회의론의 근거가 됐다. 이벤트성 평화 축구나 친선 교류전이 아닌 공식 메이저 대회에서 양 팀을 동시에 응원하자는 발상 자체가 프로 스포츠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원FC 위민의 공식 서포터즈인 ‘포트리스’의 입장도 단호했다. 이들은 아시아 정상을 향해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내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프로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치열한 응원 전개야말로 국제 공식 무대에 걸맞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포트리스는 오직 수원FC 위민의 승리만을 위한 응원을 전개한다”며 공동응원 기류와 명확히 선을 그은 터였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약 3억원 집행을 두고 지원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자, 공동응원단 측은 이번 응원이 기금 사용 목적에 부합한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특정 팀의 승리만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양 팀 모두의 선전을 기원하는 평화의 메시지라는 재강조였다.
경기가 끝난 후, 공동응원단 관계자들이 빗물 묻은 응원도구를 묵묵히 정리하는 손길 너머로 불통이 남긴 씁쓸한 현실이 묻어났다. 이날 승리로 내고향축구단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AWCL은 아시아 지역 최상위 여자 클럽 축구 대회로 이번 시즌이 두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