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김도훈 외 8명, 창비, 1만5000원)=소설가, 시인, 기자, 영화감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9인의 창작자가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담은 에세이다. 소설가 정기현은 유료 구독 중인 챗GPT에 프랑스 소설가에게서 따온 ‘보리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매일 불러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우울함이나 분노 따위의 괴로운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는 이를 ‘험한 세상 살아나가기 위한 나만의 작은 장치’라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유화는 AI가 인내심 깊은 청자로서 때로 ‘정신적 응급실’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결국 관계를 흔들고, 때로는 파괴하고, 다시 수선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며 AI를 현실을 대신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왜 오렌지주스인가(자크 프롤리히, 김병순 옮김, 따비, 3만3000원)=‘오렌지 100’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라벨에는 ‘정제수’, ‘향료’ 등이 적혀 있다. 그렇다면 오렌지 100%라고 할 수 있을까. ‘무가당’, ‘무알코올’이라는 제품도 당류나 알코올 성분을 미량 포함한 경우가 많다. 알쏭달쏭해도 일반인이 식품 라벨을 보고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 기술사를 연구해온 저자가 영양 성분과 원산지 등이 표기된 식품 라벨이 언제,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역사를 추적한다. 책은 19세기 말 이후 최근까지 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를 중심으로 식품 라벨을 둘러싼 정책 결정과 식품 관련 논쟁을 살펴본다.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황두진 지음, 해냄, 1만9500원)=지속 가능한 도시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건축가인 저자가 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사대문 안 인구를 3배로 늘리자고 제안한다. 19세기 말 조선 시대 한양은 인구 20만명이 거주하던 대도시였다. 1980년대만 해도 종로구·중구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이상인 53만여명이었다. 그러나 서울 도심 인구 감소세가 이어져 현재 사대문 안에는 약 10만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자는 도심 공동화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와 환경, 사람들의 삶의 질 전반을 무너뜨리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옛 그림 속의 우리 나무(박상진, 눌와, 2만4000원)=60여년간 숲과 나무에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온 나무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옛 그림 속 나무 이야기다. 정선,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공의 기록화까지 옛 그림 48점을 나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저자는 그림 속 나무에서 당시의 계절과 지역, 문화적 맥락을 포착한다. 보물로 지정된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속 ‘소림명월도’의 계절적 배경도 새롭게 조명한다.
의약품 살인사건(백승만, 해나무, 1만9000원)=‘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 사건, 감기약을 마약 대용품으로 악용하는 범법자 등 의약품이 범죄 관련 뉴스에 최근 자주 오르내린다. 수면제를 이용한 살인사건 등 의약품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독으로 돌변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약학대학 교수인 저자가 의약품을 이용한 범죄 사건들을 파헤치며 약과 독의 미묘한 경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약을 다루는 사람들의 안일함과 오남용으로 인한 범죄와 사고 사례를 추적한다.
불안 끄기 연습(오언 오케인, 고현석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만9000원)=영국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알코올이나 약물처럼 불안에도 중독적 속성이 있다며 이러한 ‘불안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살펴보고 불안을 지속시키는 습관을 끊는 법을 제안한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불안의 불씨를 지피고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보통 자신의 생각과 행동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안이 찾아왔을 때 물리적, 정신적 공간 확보 등을 통해 그 감정이 곧바로 생각과 행동 전체를 장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