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탄생/ 오기 오거스·사이 개덤/ 김아림 옮김/ 진성북스/ 2만5000원
미국 보스턴대 계산신경과학 박사 출신 두 저자는 약 30억년 전 지구에 등장한 고세균의 움직임에서 출발해, 인류의 언어와 자아, 문명이라는 거대한 ‘슈퍼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진화를 하나의 서사로 추적한다.
책은 마음의 진화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세균과 아메바의 ‘분자적 마음’, 히드라·선충·편충·파리의 ‘뉴런적 마음’, 물고기와 조류, 영장류로 이어지는 ‘모듈적 마음’ 그리고 인간의 ‘슈퍼 마인드’다. 저자들은 단계마다 “이 생명체는 어떤 정신적 도전에 직면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의 출현과 작동 방식, 의식과 언어의 기원, 자아의 탄생을 추적한다.
이들은 마음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행동’으로 정의한다. 마음은 ‘감각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물리적 시스템’으로, 빛을 향해 편모를 움직이는 고세균의 반응이 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의식’ 또한 인간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조직해온 ‘움직임의 역사’로 해석된다.
책은 ‘인공지능(AI)은 마음인가’라는 질문에도 기존과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마음이 특정한 재료가 아니라 ‘배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고세균의 편모, 아메바의 신호 체계, 인간의 언어처럼 오늘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AI 역시 인간의 ‘슈퍼 마인드’를 새롭게 재배열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배열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느냐다.
이처럼 저자들은 뇌과학, 진화생물학, 철학, 언어학을 넘나들며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한 ‘마음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우리는 마음을 설명할 때 의식, 자아, 언어 같은 가장 화려한 결과를 붙잡고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거꾸로 추적하려 한다”며 “이 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 마음이 어떻게 한 걸음씩 만들어졌는지 집요하게 복원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