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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멈춰도 기름값은 안 내린다…증권가 “하반기까지 고유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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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감에도 원유 공급 차질과 재고 감소가 겹치며 올해 하반기까지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들더라도 구조적인 원유 부족 탓에 유가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한 이용객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한 이용객이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현재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방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양국 종전 합의가 성사되면 위험 프리미엄은 단숨에 줄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5~90달러 내외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상승분은 서서히 안정돼 하반기 내내 고유가 국면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현재 주요 산유국에서 빚어진 생산 차질 규모가 크고 멈춰 선 유전이 다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려 중동의 원유 생산량은 하반기에나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 공급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해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 재고 역시 9월이나 10월까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하반기 WTI 가격이 배럴당 70~95달러 선에서 서서히 하락하겠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다음달까지 미뤄진다면 단기적으로 유가가 20달러가량 더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이충재 연구원은 분쟁이 길어지면서 걸프 지역 유전 상당수가 사실상 복구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생산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웃돌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면 6월 미국 원유 재고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동반 상승해 두 유종 간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6월부터 미국 내 차량 이동이 급증하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돼 휘발유 재고마저 줄어들면 유가 상승세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전망이다. 아울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국내 석유 최고가격제도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원유를 수출하는 미국 경제나 에너지 기업에는 이득일 수 있지만 일반 가계와 다른 산업군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짚었다. 권 연구원은 “WTI 기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안착한 뒤 저점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며 “미국 내 원유 재고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유 정제에 필요한 원료가 줄면서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가파르게 감소해 2015년 이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KB증권은 가격 변화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대응 여력이 줄어드는 한계선을 분석하며 배럴당 140달러를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하는 분기점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