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좋겠다. 와이프랑 ‘성과급’ 받는 걸로 상급지 갈아타기 좀 하게 2년만 기다려라.” (삼성전자 직원 A씨)
“기본급에 명절 수당 다 합쳐도 ‘세전 3300만원’ 정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한 번에 받는 보너스가 내 20년 치 연봉이라고 생각하면 출근할 의욕이 사라진다.” (중소기업 10년 차 직원 B씨)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이중구조’를 넘어 ‘임금 초격차’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반도체 순풍을 탄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이 한 해에 ‘수억원’을 성과급으로 거머쥔 반면, 중소기업 노동자와 공무원들은 극심한 박탈감에 노동의지를 상실해가는 분위기다. 나아가 이러한 임금초격차가 ‘쉬었음 청년’ 확대 등 전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억대 성과급 수령자들 “초고가 부동산, 슈퍼카 고민 중”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와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이사 계획과 자산 인증 글이 넘쳐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역대급 초호황을 누린 SK하이닉스는 올해 1인당 평균 10억∼12억원에 달하는 전무후무한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임직원들 역시 최근 노사 간 잠정합의가 이뤄지며 6억원이 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이 성과급 지급 시기에 맞춰 강남·판교 등 초고가 부동산이나 슈퍼카를 보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성과급이 中企 30년 연봉”…‘쉬었음 청년’ 양산
반면 대한민국 근로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공무원 사회는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300인 미만 기업 평균 초임 연봉은 초과급여 포함 3328만원이다. 9급 공무원은 약 3100만원, 7급과 5급은 각각 3400만원, 4300만원 수준이다. 중소기업 직원 혹은 공무원이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가량 모아야 하는 거금이 한 번에 통장에 꽂히는 모습을 보며 대다수 노동자는 근로 의욕을 잃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막말로 공부는 내가 더 잘해서 고시 붙고 지금도 밥 먹듯 야근하며 일하는데 임금이 이렇게 차이 나는 거는 납득이 안 된다”며 “삼전이나 하이닉스 직원들도 스스로 수억을 요구할 정도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임금 초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쉬었음 청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청년들이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 대비 형편없는 중소기업의 처우다. 그런데 이번 성과급 사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며 청년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에서 일해봐야 평생 삼성전자 1년 보너스도 못 따라잡는데 차라리 집에서 쉬겠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금 초격차, 사회 지속성 떨어뜨려”…‘초과이윤 룰’ 재정립 촉구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한국 사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수의 대기업 임직원과 그 외 노동자 간 ‘임금 초격차’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근로 의욕을 잃는 구조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기업의 독점적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룰(Rule)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간담회에서는 “영업이익의 절반은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에 투입하고, 노동자·주주·협력업체 및 소속 임직원에 각각 10%씩 나누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특정 대기업의 초고수익은 온전히 그 회사만의 능력이 아니라 국가적 인프라 지원, 세제 혜택, 그리고 수많은 중소 하청업체의 희생이 맞물린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반도체가 세액공제, ‘K-칩스법’ 등 여러 혜택을 입어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면 그에 따른 초과이윤은 당연히 사회적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미국은 초과이익 발생 시 지급 받은 보조금을 환수하는 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