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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 내어준 김성민·김형곤, 뇌사 기증으로 완성한 마지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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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뇌사 장기기증은 2년 연속 감소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370명으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00명대로 주저앉았다. 이식 대기자 5만 명의 시간이 절벽 끝에서 멈춰 서 있는 동안 죽음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입에 올리기 어려운 주제다. 하지만 삶의 끝에서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 누군가의 생명을 지탱하기로 한 이들이 있다.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이들의 마지막 기록을 살핀다.

화려한 무대 뒤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두 사람. MBC 제공·인터넷 커뮤니티

김성민의 삶은 대중의 환호와 추락, 재기를 위한 시도로 점철되었다. 2002년 드라마 ‘인어 아가씨’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으며,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는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마약 사건 이후 그의 삶은 무너졌다. 두 차례의 법적 처벌과 잇따른 사업 실패를 겪으며 대중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그는 방송 복귀를 모색하며 재기를 시도했으나 거듭되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고 2016년 6월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생전 그는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자신의 과오로 실망한 대중에게 마지막으로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가족은 이러한 고인의 뜻을 존중했다. 뇌사 판정 직후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시간 속에서 유가족이 망설임 없이 기증에 동의한 이유였다.

 

뇌사 장기기증 절차는 까다롭고 복잡하다. 단순히 희망 등록을 했다고 기증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뇌사 판정위원회는 1, 2차 판정을 거쳐 뇌 활동이 완전히 정지했음을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김성민은 이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 신장과 간, 각막을 5명의 환자에게 이식했다. 굴곡졌던 한 인간의 삶은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실행으로 남게 됐다. 그는 마지막 순간 생명의 무게를 남기고 대중의 시선을 멈춰 세웠다.

한 인간의 삶이 타인의 생명으로 피어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김형곤은 1980~90년대 시사 코미디를 이끈 인물이다. 무대 위에서 시대를 찌르는 풍자로 대중의 속을 뚫어주던 그는 코미디언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 정계 은퇴와 이혼, 거듭된 사업 실패라는 현실의 파고 앞에서도 그는 결코 스스로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재기를 위해 몸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며 정체되지 않으려 발버둥 쳤고 무대 위로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다. 희극인 김형곤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2006년 3월, 운동과 사우나 직후 찾아온 돌연사는 예고 없는 퇴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순간조차 스스로 결정했다. 1999년 서약했던 대로 유족은 고인의 유언을 받들었다. 시신은 가톨릭대 의대에 기증되어 해부학 실습을 위한 교육용으로 쓰였다. 의학계에 따르면 해부학 실습용 시신(카데바)은 의학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는 죽어서도 의학도들의 교사가 되기를 자처했다. 무대 위에서 대중을 웃겼던 코미디언은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마지막 사회적 책임을 마쳤다. 대중은 그가 남긴 행보를 통해 코미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았다.

무대 위의 풍자꾼, 죽어서도 의학도의 스승이 된 희극인. KBS 제공

대한민국의 장기기증 체계는 현재 수급 불균형이라는 벽에 부딪혀 있다. 이식 대기자가 5만 명을 넘고 평균 대기 기간은 4년에 육박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 평균 8명 이상이 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심장사 이후 기증을 허용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다. 기증 서약은 만 19세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사망 시 유가족의 반대가 있으면 기증 자체가 무산된다. 결국 기증은 본인과 가족이 평소 나누는 대화의 깊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죽음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현실, 우리의 남은 숙제. 게티이미지뱅크

유가족의 결정을 돕는 심리 지원 역시 필수다. 기증 후 유가족들은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과 더불어 내 가족의 일부가 타인의 몸 안에서 뛰고 있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겪는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재산의 정리를 넘어 내가 떠난 자리에 어떤 온기를 새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김성민의 심장이 5명의 가슴을 뛰게 하고 김형곤의 육신이 의학도의 메스를 받아들였듯, 우리는 죽음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은 성취가 아닌 자신의 남은 자원을 사회로 환원하는 숭고한 마침표다. 2026년의 오늘 두 사람이 던진 질문은 우리의 삶에 숙제를 남겼다. 당신은 생의 끝에서 어떤 기록을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