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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런·카피바라런·댕댕런…운동 넘어 문화가 된 ‘러닝’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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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경쟁에서 경험 소비로…달라진 러닝 문화
달리고 찍고 공유한다…SNS가 만든 러닝 열풍

러닝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러닝은 완주와 기록 향상이 중요한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카피바라런’ 유튜브 쇼츠 갈무리
‘카피바라런’ 유튜브 쇼츠 갈무리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러닝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마라톤 완주와 개인 최고 기록(PB) 달성 등 기록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달리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즐거움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달린 경로를 지도 위에 그림으로 완성하는 ‘드로잉런’, 동물을 콘셉트로 한 ‘카피바라런’과 ‘댕댕런’, 야간 도심을 달리는 ‘나이트런’ 등 다양한 형태의 러닝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추억을 만드는 활동으로 러닝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보다 “어디서 달렸는가”

 

최근 러너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기록이 아니다. 어떤 코스를 달렸는지, 누구와 함께 뛰었는지, 어떤 풍경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러닝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새로운 러닝 코스를 공유하거나 인증사진 명소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늘고 있다. 러닝이 운동과 여행, 취향 소비가 결합된 경험형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GPS 기반으로 러닝 경로를 설계해 지도 위에 그림을 남기는 ‘GPS 드로잉런’이 대표적인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댕댕런’이 있다. 이 코스는 참가자들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달리면서 GPS 기록으로 강아지 형태의 러닝 동선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복궁 돌담길과 서촌·북촌 일대, 청계천 등을 연결해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가 새로운 러닝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을 중심으로 조성된 넓은 녹지 공간과 수변 환경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끼며 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로 평가된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카피바라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카피바라 코스는 약 7.5km로, 서울식물원을 출발해 신방화역과 방신전통시장을 거쳐 다시 서울식물원으로 돌아오는 마곡 일대 기반 코스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해당 코스를 따라 달리며 카피바라 형상의 러닝 동선을 완성하게 된다.

 

마곡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러닝크루 모임장 이건희씨는 “러닝크루 회원 5명 중 1명이 새로 만든 카피바라런 코스를 보고 가입했다”며 “드로잉런은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는 사람들 모두 동기부여 받을 수 있는 콘텐츠”라고 전했다. 

 

◆ 러닝 이후의 경험도 콘텐츠가 된다

 

‘카피바라런’ 인스타 갈무리
‘카피바라런’ 인스타 갈무리

최근 러닝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공유’다. 달리는 과정뿐 아니라 러닝 이후의 경험까지 콘텐츠가 된다. 러닝 기록을 SNS에 올리고, 함께 달린 사람들과 사진을 남기며,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러닝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곡 일대에서는 이랜드 글로벌 R&D센터 앞 미러폰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면 위로 건물과 하늘이 반사되는 독특한 풍경 덕분에 러닝을 마친 뒤 인증사진을 남기는 러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러닝 코스와 포토 스팟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면서 운동과 콘텐츠 소비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 러닝 열풍에 스포츠용품 브랜드도 진화

 

러닝 열풍은 스포츠 브랜드의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뉴발란스 여의도 런허브 내부. 뉴발란스 제공
뉴발란스 여의도 런허브 내부. 뉴발란스 제공

뉴발란스는 2008년부터 ‘월요 러닝클럽’을 운영하며 직원들이 직접 러닝 문화를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 마케터 등이 러닝화를 신고 함께 달리며 소비자와 같은 환경에서 러닝 트렌드를 체감하는 방식이다. 최근 마곡 글로벌 R&D센터로 이전한 이후에는 서울식물원 일대를 중심으로 러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은 고객과 같은 코스를 달리며 변화하는 러닝 문화를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기록 향상을 위한 카본화가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편안하게 오래 달릴 수 있는 데일리 러닝화와 안정화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뉴발란스의 대표 데일리 러닝화 ‘1080’은 올해 1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했다. 입문 러너와 여성 러너가 늘고 러닝이 일상적인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기록 경쟁보다 편안한 착용감과 지속적인 러닝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디다스 서촌 러닝 특화 매장.
아디다스 서촌 러닝 특화 매장.

아디다스는 러닝 열풍에 맞춰 기능성 러닝화는 물론 러닝 의류와 액세서리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입문 러너부터 전문 러너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식스는 쿠셔닝과 안정성을 강조한 데일리 러닝화 라인업을 확대하며 입문 러너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장거리 러닝과 일상 훈련 수요가 늘면서 쿠셔닝 중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키는 일상 훈련용 러닝화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기록 단축을 위한 카본화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편안한 착용감과 범용성을 갖춘 데일리 트레이닝화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 운동을 넘어 문화가 된 러닝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러닝 인구의 대중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록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전문 러너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경험과 취향, 커뮤니티 활동, SNS 공유 문화가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러닝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증사진 명소를 찾거나 이색 러닝 이벤트에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러닝은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이자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러닝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스포츠였다면 최근에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문화 활동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며 “러닝 인구가 늘어나면서 러닝 코스와 커뮤니티, 브랜드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닝은 특별한 장비 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으면서 사람과 공간, 콘텐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앞으로도 러닝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