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부장의 마우스 패드는 잠만보”…책상 위에 취향 담는 직장인들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피규어·키보드·문구까지 취향 담은 ‘데스크테리어’ 열풍
기업도 맞춤 굿즈·팝업 잇달아…전문가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 반영”

개인의 방을 넘어 회사 책상에 자신의 취향을 녹여낸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획일적인 것보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업무 공간에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획일적인 사무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책상 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 = 세계일보
획일적인 사무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책상 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 = 세계일보

지난 1월 알리익스프레스가 발표한 ‘한국인 해외직구 쇼핑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인기 상품 상위 20개 가운데 상당수가 키보드와 마우스 등 컴퓨터 및 사무용품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책상 위를 꾸미는 ‘데스크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무와 취미를 위한 개인 작업 공간을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채널 ‘C들씨들’에서 직원들의 책상을 소개하고 있다. ‘C들씨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C들씨들’에서 직원들의 책상을 소개하고 있다. ‘C들씨들’ 유튜브 캡처

◆쿠로미 굿즈부터 미니 화분까지…책상 위에 담은 취향

 

온라인에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책상을 공개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톡슬앤필 유튜브에 출연한 디자인2팀 소속 디자이너 조아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의 등장인물 ‘고조 사토루’가 그려진 담요를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평소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그는 분홍색 버티컬 마우스와 루피 캐릭터 마우스패드, 스타벅스 벚꽃 에디션 텀블러 등을 책상에 배치해뒀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어떻게 꾸몄는지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직장인들이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어떻게 꾸몄는지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유튜브 ‘민음사TV’에 출연한 마케터 도우리씨도 좋아하는 색상으로 업무 공간의 분위기를 통일했다. 그는 풍경이 그려진 초록색 데스크 매트와 초록색 컵받침, 초록색 무릎담요 등을 사용하며 책상 곳곳을 선호하는 색상으로 채웠다. 

 

책상 위에 재치 있는 문구를 두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우리씨는 “힘들수록 자기연민, 감정 곱씹지 말아요. 그저 할 일을 해요! 자본주의는 님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라는 재치있는 문구를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업무 의욕을 높여주는 문구를 책상 위에 올려두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민음사의 사이언스북스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이지혜 대리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자신의 책상을 소개했다. 민음사TV 캡처
민음사의 사이언스북스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이지혜 대리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자신의 책상을 소개했다. 민음사TV 캡처

 

좋아하는 캐릭터 소품으로 사무 공간을 꾸미는 사례도 눈에 띈다. 민음사의 사이언스북스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이지혜 대리는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인 ‘쿠로미’ 관련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뒀다. 손에 땀이 많아 손수건을 자주 사용한다는 그는, 손수건은 물론 데스크 매트와 텀블러, 마우스패드, 휴지 등도 모두 쿠로미 제품으로 맞췄다. 업무 공간인 사무실 책상을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데스크테리어도 있다. 대전 서구청 홍보담당관실에서 서무·경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씨는 미니 선풍기와 계산기, 보냉·보온 기능이 뛰어난 텀블러 등 업무에 도움이 되는 물품들로 책상을 채웠다. 업무 중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용하는 두피 괄사와 직접 키우는 미니 화분도 책상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화분에 물을 주며 관리하고 있다고 대전 서구청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데스크테리어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띠고 있지만, 업무 공간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획일적인 사무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책상 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데스크테리어 인기에 기업도 가세

 

기업들은 데스크테리어 수요를 겨냥한 제품과 행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오는 25일까지 백화점 6층에서 키보드 전문 팝업스토어 ‘키덕투어 in 대전’을 운영한다. 키보드는 이른바 ‘키덕(키보드 덕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데스크테리어의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이번 팝업에는 국내외 15개 브랜드가 참여해 230여 종의 키보드와 키링을 선보인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7일 마우스 장패드 등의 데스크테리어 굿즈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7일 마우스 장패드 등의 데스크테리어 굿즈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7일 슈피겐코리아의 팬덤 IP 플랫폼 ‘페스티버’와 협업한 ‘진로 두꺼비’ 굿즈를 출시했다. 협업 굿즈는 맥세이프 폰케이스와 모바일 액세서리와 키캡 키링, 아크릴 팜레스트, 마우스 장패드를 비롯한 데스크테리어 콘셉트 3종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해 사회 초년생들의 애환과 다짐을 유머러스한 문구로 표현하며 직장인의 공감대를 노리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 두꺼비의 유쾌한 매력을 일상 속 소품에 담아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데스크테리어가 확산하는 배경으로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를 꼽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집단에서 개성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개성과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데스크테리어 열풍 역시 개인화와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