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첫 공식일정으로 지난 4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를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민 당선인이 켄텍을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켄텍이 민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민 당선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통합특별시의 산업발전 전략과 글로벌 기업 유치 방향을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 전력망 구축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100원 전기요금과 차세대 직류 전력망인 중전압직류배전(MVDC) 기반 지역전력망,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 조성,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이 켄텍에서 시작된 것이다.
개교 5주년을 맞은 켄텍은 연구와 창업 중심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에너지특화 대학인 켄텍은 교원 1인당 연구비가 지난해 5억8000만원으로 2년 연속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 면제 등으로 혁신형 교육환경을 구축해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선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우수 인재 키워내
켄텍은 매년 전국 최상위권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자율형사립고 학생 비중이 매년 절반이 넘고 있다.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켄텍은 24.33대 1의 개교 이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년도(19.81대 1) 대비 20% 이상 오른 경쟁률이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수학과 과학 평균 내신등급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대학 최초로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켄텍은 설립 취지에 맞게 창의 연구·기술 창업 중심의 학습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모든 재학생은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 면제, 식비 지원, 월 50만원의 학사지원금을 받아 학업과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하계 해외대학 연수 프로그램 ‘SSAP(Summer Study Abroad Program)’를 통해 학생들은 하버드·UCLA·UC버클리 등 세계 최고 대학에서 정규 강좌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며 국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프라운호퍼(Fraunhofer) 등 해외 연구기관과 연계한 학부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글로벌 연구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모든 교과를 프로젝트에 기반한 문제해결(Project-Based Learning, PBL)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 1명당 3명의 교수가 지도하는 트리플 어드바이징(Triple Advising) 체계, 1학년부터 교수진과 함께 연구를 경험하는 학부연구생 제도는 켄텍 특유의 고밀도·맞춤형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교육체계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 2월에는 학부 2학년생이 물리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Physical Review E)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1회 졸업생 중 한 명은 학부 3학년 때 단독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스몰 스트럭처(Small Structure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개교 초기인 켄텍은 캠퍼스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매년 캠퍼스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월 학부생 440명이 생활하는 RC 교육센터(Residential College)와 학생식당·체육관 등이 포함된 후생동이 준공됐다. 학습·생활·공동체 기능이 통합된 RC 시스템이 본격 가동됐다. 지난해 말에는 연구 1동이 완공돼 분산돼 있던 연구 기능이 메인 캠퍼스로 집약된다. 올해는 도서관·학생회관, 내년에는 연구 2동과 대학원 기숙사가 추가로 들어서 캠퍼스 조성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임교원 연구비, 포스텍·카이스트 이어 3위
연구 분야에서 켄텍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2024년 켄텍의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는 5억7670만원으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첨단 연구장비와 정밀 분석역량을 기반으로 국가 대형과제 12개 사업에서 총 2242억원, 국가 및 민간기업 연구과제 816건에서 총 2055억원을 수주했다.
켄텍은 에너지AI와 에너지신소재, 차세대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기술, 원자핵 에너지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국가·산업계 연구과제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연구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창업과 산학협력 분야에서 연구성과는 기술사업화와 지역산업 연계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전임교원의 10%에 해당하는 6명이 기술 기반 창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 실증과 지역 산업 연계를 통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켄텍은 유효특허 기준 총 205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삼성전자와는 첨단소재·소자 분야에서 한국전력공사와는 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공동출원을 진행하는 등 38건의 공동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통해 연구성과가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현장과 지역 혁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너지 특화 연구와 지식재산 경영 인프라 구축, 기술 이전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특허청의 지식재산 경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술이전 이후 공동연구와 제품개발, 매출 연계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17건의 기술이전으로 2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켄텍은 K그리드 실증 핵심기관으로 성장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사업에서 켄텍은 전남권 실증의 핵심 거점과 K그리드 인재·창업 밸리 구축의 중심 기관으로 지정됐다. 켄텍은 AI 기반 전력예측과 배터리 연계 알고리즘, 계통 운영 시뮬레이션 등의 핵심 기술을 실증 현장에 적용해 마이크로그리드·재생에너지·수소·AI 융합 역량을 갖춘 실전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켄텍은 지역과 산업계,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산학연 공동 연구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기술 실증과 인재 양성을 연계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켄텍 패밀리기업 플랫폼에는 한국전력공사 등 13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패밀리기업 플랫폼은 단순한 연구 협약을 넘어 기업 애로기술 해결과 대형 공동연구 발굴, 창업 아이디어 공동 개발 등 실질적 협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재호 기획처장은 “개교 6년차의 짧은 역사에도 입시 경쟁력과 교육 인프라, 연구성과 등 모든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에너지 특화 이공계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호 켄텍 총장 직무대행 “연구·창업 성과 바탕… 기술 혁신 인재 양성”
“연구와 교육, 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박진호(사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총장 직무대행은 17일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 성과가 기술사업화와 창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가의 에너지 산업에 기여하는 최고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박 직무대행은 “이런 성과를 내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랐다”며 “개교 초기에 정부 출연금이 2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50억원 감축된 것이 가장 큰 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박 직무대행은 “올해 다시 출연금이 250억원으로 50억원이 더 늘어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출연금 확보와 관련해 박 직무대행은 “4대 과학기술원과 마찬가지로 켄텍은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됐다”며 “정부가 과기원에 준하는 수준의 안정적인 예산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켄텍은 정부와 전남도, 나주시 등에서 사업비를 지원받고 한전 그룹사에서 기관운영비와 시설비를 충당받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대해 박 직무대행은 “에너지 분야의 핵심 거점인 켄텍은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켄텍이 추진하는 K그리드 인재 창업밸리는 전력망 고도화와 에너지 고속도로 등 국가 에너지 정책 기조에 대응하는 사업”이라며 “이 사업은 켄텍을 중심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전남대가 협력해 한국형 RTP(Research Triangle Park) 모델을 구축해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켄텍으로 우수 인재가 몰리고 있다”고 강조한 박 직무대행은 “최근 입학생을 보면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전통적인 명문대에 동시 합격하고도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도전하기 위해 켄텍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 직무대행은 “켄텍은 학부 단계부터 연구 참여가 가능한 학부연구생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이 에너지 분야 핵심 연구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며 “우수 인재들이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실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 에너지 산업과 기술혁신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