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남성암 1위로 올라선 가운데,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일수록 전립선암 환자가 많다기 보다는 그만큼 빨리 발견했다는 뜻이다. 반면, 중산층의 경우 이 같은 공식을 깨고 소득 수준 최하위인 1분위 보다 발병률이 낮게 나왔다.
이는 고소득층일 수록 병원을 더 많이 찾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는 등 예방 활동을 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점은 국가로부터 의료 혜택을 받는 최하 분위 계층인 소득 1분위 저소득층과 의료 수급권자의 경우 중산층보다 발병률이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의 경우엔 전립선암 발병률이 낮게 나와 조기 발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 전립선암 펙트시트(FACT SHEET)'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1위로 증가한 현황과 질병 부담 확대 추세를 공유하고,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활용한 전립선암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병창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은 "전립선암은 이미 국내 남성암 발생 1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보건의료 과제가 됐지만 국가 차원의 조기검진 체계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번 팩트시트가 국내 전립선암의 질병 부담과 진단·치료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조기검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용현 교수(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는 '2026 전립선암 팩트시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국내 전립선암의 발생 현황과 위험요인, 치료 환경 변화 및 의료 접근성 현황을 설명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3928명으로, 2014년(1만1095명) 대비 10년 새 약 2.6배 증가했다.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 암 발생의 15.0%를 차지하며 폐암(14.5%)과 위암(12.8%)을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암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2006년 21.1명에서 2023년 30.2명으로 약 43% 증가해 단순한 고령화 현상을 넘어 전립선암 자체의 질병 부담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는 70대와 80대 이상 고령층에서 조발생률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또 소득수준별 전립선암 조발생률을 살펴본 결과 전반적으로 고소득층에서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최상위 고소득층인 20분위의 전립선암 조발생률은 191.04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가장 낮은 분위로 중산층에 해당하는 7분위(27.03명) 대비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일수록 전립선암 자체가 더 많이 발생한다기 보다는 조기검진과 의료 이용 기회가 더 많아 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학회는 추정하고 있다.
박용현 교수는 "고소득층의 경우 PSA 검사 등 검진 접근성이 높아 조기에 발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인 1분위의 전립선암 발병이 높은 것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분석을 했는데, 이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에 비해 음주나 흡연, 대사질환 등 위험 인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1분위나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 분들은 보건소나 정부 지원사업 등을 통해 PSA 검진을 받을 기회가 더 많아지면서 중산층보다 더 높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병창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은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진을 받지 않으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며 "소득수준에 따라 진단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전립선암 검진과 질환정보에대한 접근성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러한 차이가 질환 발생 자체의 차이보다 검진 및 의료 이용 기회의 차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치료 단계에서도 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라 로봇수술 접근성에 차이가 확인돼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 전반에 걸친 의료 접근성 격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팩트시트에서는 대사증후군 및 생활 습관이 전립선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됐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가진 남성에서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크게 나타났으며, 복부비만과 운동 부족 역시 전립선암 발생 증가와 관련성을 보였다.
특히 30년 이상 장기 흡연자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초기 흡연자 대비 5.3배 높아 동반질환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이 예방과 위험도 관리의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박용현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질환"이라며 "환자 수 증가뿐 아니라 질병 부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승환 교수(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는 '전립선암 조기검진 체계 구축과 PSA 검사의 역할'을 주제로 전립선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PSA 검사의 임상적 가치를 소개했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상당수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암세포가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 단계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예후가 우수하기 때문에 무증상 단계에서의 정기적인 검진이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PSA 검사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뤄져 신체적·비용적 부담이 적고 검진 편의성이 높아, 학계에서는 50대 이상 남성에게 정기적인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1위로 급증한 현시점에서, 잠재적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사회적 의료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 전립선암 검진은 국가 암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수검자 개인의 선택과 비용 부담에 따른 임의검진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남성들이 검사 필요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학계 및 글로벌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PSA 기반의 정기적인 선별 검진은 증상 발현 후 진단받는 환자의 비율을 낮춰 전이성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효과가 입증되어 왔다.
이승환 교수는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며, 국제 연구를 통해서도 PSA 기반 검진의 전이성 암 감소 및 사망률 저하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가 됐음에도 여전히 국가 암검진 체계에서 제외되어 있는 만큼 국민들이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조기검진 도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전립선암 질병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한 조기검진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회는 이번 팩트시트 발표를 계기로 전립선암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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