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여·야 후보는 모두 백신 국가책임제를 약속했다.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백신접종 사망자 분향소를 찾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1호 공약으로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특별법인 ‘코로나19 예방접종보상법’을 마련, 지난해 4월 공포했다. 지난해 10월 이 법 시행 이후 법원에서는 의학적 인과관계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하는 특별법 취지에 맞춘 전향적인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정작 정부의 대처만 소극적인 것 같다. 백신 접종 피해보상 거부 소송에서 패소할 때마다 꾸준히 항소를 제기해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 화이자 백신 부작용을 인정한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긴 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머물렀다.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후 상대방인 국민을 상대로 한 소송비용 회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 보상 재심위원회’ 활동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설치된 후 올해 4월 3차 회의에 이르러서야 첫 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그 결과조차 결정이 내려진 지 두 달이 지난 9일에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백신 접종 이후 길랭·바르 증후군에 걸려 사망한 70대 여성의 재심 신청에 대해서는 “직접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음 회의로 판단을 미뤘다.
심의 속도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달 초 기준 재심위에 접수된 신청은 총 1600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3차 회의에서 3건, 4차 5건, 5차 8건 등 회의마다 10건 미만의 안건만 처리하고 있다. 백신이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팬데믹 당시 정부가 접종을 독려한 것은 정당한 행정이다. 그만큼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은 국민이 겪는 부작용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주 ‘감염병 위기관리 체계 고도화 방안’을 통해 향후 백신 개발 과정의 부작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또 공언했다. 과거 대책의 반복에 그칠 것이 아니다. 당장 피해자들과의 약속부터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국가의 약속엔 유통기한이 없다는 걸 국민이 알 수 있다. 그래야 질병관리청이란 이름을 가질 자격 역시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