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회원국도, 올해 프랑스 G7 정상회의 초청국도 아닌 스위스 대통령이 회의장 언저리에서 G7 정상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눈길을 끈다.
G7 정상회의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회의 의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과 그 배우자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었다. 행사 개시 직전의 기념 촬영에는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 부부도 함께했다. 마침 파르믈랭 대통령 부부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 바로 옆에 서서 한국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G7 회원국은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일본이다. 그런데 G7 정상회의가 열리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이 EU를 대표해 참여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또 회의 주최국은 의장국의 자격으로 G7 회원국이 아닌 나라 정상들을 초청할 수 있다. 이번에는 한국, 인도,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이 초청을 받아 이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함께하고 있다.
스위스는 회원국도, 초청국도 아니지만 파르믈랭 대통령이 G7 회의장에 등장한 것은 개최지가 에비앙이기 때문이다. 생수로 유명한 휴양 도시 에비앙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접경지인 알프스 산맥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 영토이지만 에비앙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스위스 제네바다. 에비앙에서 제네바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나란히 ‘쉥겐 협정’(1985) 가입국이라 평소에는 국경 검문 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만큼 에비앙과 제네바는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G7 회의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거의 다 제네바 공항을 거쳐 에비앙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외국 정상들이 제네바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파르믈랭 대통령은 직접 영접하며 환대했다. 이번 기회를 스위스 외교 지평 확대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실제로 회의장 주변에선 파르믈랭 대통령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수시로 포착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는 격식을 갖춘 별도의 양자 회담을 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도 양국 간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파르믈랭 대통령과 장시간 얘기하는 광경에 이목이 쏠렸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8월 스위스에 무려 39%나 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스위스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스위스는 의회가 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이나 총리가 없고 대신 대통령이 존재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장관 7명이 돌아가며 1년씩 맡는 자리다. 일단 입각만 하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히 스위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등 상징적 역할에 머문다. 현 파르믈랭 대통령은 2016년 국방부 장관을 맡아 처음 내각에 진입했고 대통령이 된 지금도 교육경제부 장관을 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