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장기 지연으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법원이 헌재의 심리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들여다보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점화된 두 기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0부(재판장 전보성 형사수석부장)는 17일 “헌재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을 하지 않은 것) 처분으로 인해 기본권 침해 여부의 심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하고 한 달 이내에 답변을 담은 의견서를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면서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법원이 헌재의 재판 관행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헌재의 부작위 처분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최초의 의견 요청”이라고 밝혔다.
이는 헌법 제107조 제2항에 근거했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담당 형사 사건의 피고인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을 냈는데, 약 4년간 해당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헌재의 처분으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