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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북·미 대화 재개 시그널…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 틀까 [G7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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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트럼프에 北 문제 해결 요청

트럼프, 수차례 김정은에 러브콜
세계적 이벤트 선호 기질 감안
이란戰 이후 관심사로 떠올라

北,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규정
사실상 교류 단절 상태 이어져
대화 분위기 타고 개선 기대감
‘이란식 해법’ 적용될지도 관심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냉각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북·미 대화 재개가 힘을 얻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접촉이 성사될 경우 단절된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통일전망대서 바라본 북녘땅 17일 경기 파주시 소재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한 시민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마을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남정탁 기자
통일전망대서 바라본 북녘땅 17일 경기 파주시 소재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한 시민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마을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남정탁 기자

◆꽉 막힌 대북 관계 풀릴까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북한 문제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해 왔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벤트의 중심에 서는 것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을 감안하면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충족할 수 있는 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만났던 북·미 정상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기질이 일정 수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취임 직후부터 김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란 전쟁이 막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시절 추진했던 북한 문제에 다시 관심을 둘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G7 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설 경우 북·미 관계가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8년에는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를 이끄는 구도를 형성했다. 북한은 그해 1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고, 이를 계기로 끊겼던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 이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의제가 정상 간 합의문에 담겼고, 이 흐름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한국이 북한을 대화 국면으로 끌어내고, 북·미 접촉으로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 셈이다.

반면 지금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대화를 단절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선 2018년과는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북한 태도 변화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대북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맞아떨어지는 현 국면에서는 북·미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지금보다 진전시킬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단기간 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김 위원장이 과거 ‘하노이 노딜’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고자 북·미 대화에 더 신중해졌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대화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미 대화 재개가 곧바로 남북대화 복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국을 향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은 2024년 남북대화·협력 관련 기구를 폐지했고, 지난 3월 개정 헌법에서도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 수십년간 이뤄졌던 통일·민족을 전제로 한 남북대화의 기반이 약해지고, 한반도 긴장과 갈등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북한이 호응하더라도 북·미 관계가 남북 대화 재개 국면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 번째)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 번째)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식 해법 가능할까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상황에서 ‘이란식 해법’이 북한 문제 해결에 열쇠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미국은 이란의 결정에 대한 보상을 해 줄 수 있다면서 핵 문제 해결에 관한 이란의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란이 원유를 일정기간 자유롭게 수출·판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접근, 3000억달러(453조원) 규모로 알려진 재건기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에도 경제적 혜택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에서 통용되던 원칙보다 거래에 익숙한 인물로, 외교 문제를 상업적으로 풀려고 한다”며 “북한이 관계 개선에 나건다면 경제협력 패키지나 대규모 투자 구상을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란식 해법’이 북한에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대북 협상 과정에선 북한 비핵화가 핵심 의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접근법을 적용하더라도 북한의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필수적 작업이다. 하지만 북한이 검증에 응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핵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경제적 보상카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북한의 태도도 걸림돌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한·미가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것에 대해 “교전 상대방의 핵무장 해제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며 공허한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 외무성 10국도 1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한국·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간 점을 꼬집으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