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및 소형원자로(SMR) 후보 부지로 각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확정 발표하자 경북 동해안 지자체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에 영덕군은 역사적 결정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반면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유치에 나섰던 경주시가 사업에서 탈락하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규 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이날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부지를 영덕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202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총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영덕에 건설한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수원의 신규원전 건설 부지 선정 결과, 영덕이 새로운 원전 유치 지역으로 최종 확정됐다"며 "이는 단순히 국책사업 하나를 유치한 것을 넘어 영덕의 100년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영덕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형수 국회의원(의성·청송·영덕·울진)도 입장문을 통해 "오랜 시간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며 지역 발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아준 군민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영덕의 원전 건설 대상지는 영덕읍 노물리·석리·매정리, 축산면 경정리 일원 약 324㎡다.
과거 천지원전 전원개발사업 예정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정부는 2012년 9월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에 천지원전을 건립하기로 고시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7년 사업이 전면 백지화했다.
이에 주민들은 재산권이 침해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영덕군도 행정소송 끝에 정부로부터 받은 특별지원금 409억원을 반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수년 전만 해도 영덕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정부 결정을 성토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신규 원전 건설을 재기하자 영덕군은 고심 끝에 원전 유치에 재도전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구조적인 위기를 돌파할 방안이 현실적으로 원전 유치 이외에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로 영덕 일대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지역경제와 정주 여건이 더욱 악화한 실정이다.
김광열 군수는 "이런 현실 속에서 국가 전력 정책과 연계한 신규 원전 유치는 영덕의 미래 발전 방향을 새롭게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유치 신청에 나섰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군민 86%의 찬성 여론조사 결과와 군의회의 동의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말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부지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부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도 있었지만 소수에 머물렀다.
군은 원전 유치 태스크포스 구성, '영덕군 원자력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등 원전 유치를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영덕은 주민수용성 중 주민 여론조사, 부지적정성·환경성 분야 등에서 경쟁 후보인 울산 울주군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영덕군은 후보부지로 선정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 한수원 등과 협력해 행정 처리에 속도를 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원전이 건설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원전 건설이나 운영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주민이 최대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부와 한수원에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김광열 군수는 "이번 선정이 영덕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힘찬 출발과 더 큰 희망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주시는 SMR 사업에서 탈락하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SMR 1기 건설 후보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가 나오자 경주시 관계자는 "선정을 기대했으나 탈락해서 아쉽고 현재로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3월 시민설명회를 열어 SMR 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경주시의회도 같은 달 경주시가 제출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 부지 유치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한국수력원자력에 SMR 1호기 유치 공모 신청서를 냈다.
경주시는 SMR 건설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김석기·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은 3월 말 국회에서 'SMR-철강 상생 포럼'을 열어 경주 유치에 힘을 보탰다.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 포스텍 등은 지난 4월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경주시는 SMR 개발과 실증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개원, 반경 5㎞ 이내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원전 연계 연구·산업 인프라 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주민 여론조사 등에서 경쟁 지자체인 부산 기장군에 밀려 후보부지 선정에서 끝내 탈락하며 아쉬운 결과를 도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