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선 8기 임기 마지막 날인 30일, 요식 행위나 퇴임식 없이 도청 공직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4년간의 도정을 조용히 마무리한다.
김 지사의 퇴장과 함께 민선 8기 정책과 정무를 보좌했던 경제부지사와 핵심 참모진도 대거 도청을 떠나면서, 정무라인 역시 공식적인 해체 수순을 밟는다.
30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별도의 공식 이임식 행사를 치르지 않는다. 대신 정오부터 도청 광교마루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소박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오찬을 마친 김 지사는 오후 1시1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도청 24층부터 지하 2층까지 각 부서를 빠짐없이 돌며 묵묵히 일해온 공직자들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3시30분 도의회 1층 로비 미디어월 앞에서 도민과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청사를 떠난다.
김 지사의 퇴임에 맞춰 안정곤 경제부지사를 비롯한 별정직 참모진도 관련 규정에 따라 일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일 출범하는 민선 9기 경기도정은 핵심 정무·정책 보좌진을 새로 꾸리게 된다.
◆‘레미제라블’ 인용하며 던진 메시지…“용서가 진정한 복수”
김 지사는 퇴임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동연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민 소통 콘텐츠인 ‘김동연의 서재’ 마지막 편을 공개했다. 마지막 인생 책으로 빅토르 위고의 고전 ‘레미제라블’을 소개하며 “이틀 뒤면 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한 사람의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간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장발장이 자신을 집요하게 쫓던 원수 자벨 경위를 프랑스혁명 와중에 풀어주는 대목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이어 “해당 단락의 소제목이 ‘장발장의 복수’인데, 원수를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복수를 했다는 뜻”이라며 “소제목을 보고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야인으로 돌아가 지난 일들을 차분히 성찰하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제 도리인 듯하다”며 26회로 막을 내리는 독서 소통의 ‘시즌 1’ 종료를 선언했다.
퇴임을 사흘 앞둔 27일에는 환송 행사 대신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나눔의 현장을 마련해 4년 도정의 의미를 되새겼다. 수원 도담소(옛 도지사 공관)에 도내 장애아동과 보호자들을 초청해 ‘사랑의 짜장차’ 배식 봉사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빨간 앞치마와 모자를 착용한 김 지사는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직접 면을 삶고 짜장면을 배식하며 아이들에게 “많이 먹어라, 두 그릇 먹어도 된다”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 자리에는 군포 중증장애인 시설인 ‘양지의 집’에서 생활하며 김 지사 부부와 인연을 맺어온 김하람양도 참석해 직접 그린 그림을 부부에게 선물했다.
김 지사 부부와 ‘사랑의 짜장차’의 인연은 2022년 4월 도지사 선거운동 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맺은 인연을 계기로 정 여사는 100여 차례, 김 지사는 20~30차례에 걸쳐 노숙인 시설과 재난 현장 등을 찾아 꾸준히 봉사에 참여해 왔다. 김후남 사랑의 짜장차 회장은 “김 지사 부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함께해 준 진정한 봉사자”라며 감사를 표했다.
◆“경기도는 변화의 모범…지사 그만둬도 경기도 지킬 것”
김 지사는 이달 2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기관장 모임 ‘기우회’ 월례회에선 민선 8기 도정 철학이던 ‘기회’를 거듭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많은 문제는 기회의 부족과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며 “경기도를 기회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땀 흘려왔다”고 전했다.
주요 성과로는 △3년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지하 전력공급망 추진 △360도 돌봄과 간병 돌봄 서비스 △경기형 기후 대응 정책 △‘더(The) 경기패스’ 등을 꼽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기후 대응과 사회적경제 정책을 꿋꿋이 추진하면서 경기도가 ‘망명정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4년 전 선거에서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외쳤는데, 실제로 경기도가 대한민국 변화의 모범이 됐다고 자부한다”며 도민과 기우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지사는 “새로 취임하는 민선 9기 추미애 지사에게도 따뜻한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하며 “지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경기도에 그대로 머물며, 도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