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래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 한국에서 올해 느닷없이 사형제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때문이다. 계엄 사태를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는 올해 초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내란죄를 규정한 우리 형법 87조는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라고 명시했다. 특검의 사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한국에서 사형이 확정되더라도 그 집행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평소 인권을 강조하며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 온 민주당 인사들의 느닷없는 사형 타령은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헌법으로 사형을 금지한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30일(현지시간) 제9회 ‘사형 반대 세계 총회’(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가 열렸다. 프랑스는 1977년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뒤 1981년 법률로 사형을 금지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아예 헌법 개정으로 ‘사형제 폐지’를 못박았다.
이날 dpa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형 반대 총회 개회식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사형 집행 건수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개탄했다. 마크롱은 “인권 옹호의 원칙이 무너지고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형 제도가 해결책이라고 다시 한 번 믿고 있다”며 “이처럼 사형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세계 17개국에서 총 2707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는 1981년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그나마 사형을 집행하면서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 북한, 베트남 등 국가들의 집계는 빠져 있다.
마크롱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2만5000명 넘는 사람들이 사형 확정 선고를 받은 채 ‘언제 집행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각국 시민사회, 비정부기구(NGO), 인권 옹호자들을 향해 “사형 폐지 운동의 원동력인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형제를 끝장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스위스 대통령을 지낸 알랭 베르세(54)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사형제를 유지하는 벨라루스를 겨냥해 “사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벨라루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으로 통하는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1994년부터 32년가량 집권 중인 독재 국가다. 러시아의 경우 헌법이나 법률은 아니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사형제를 사실상 없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