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헌법상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한국을 별개 국가로 규정했더라도,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의 국제법상 지위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김태원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보고서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와 DMZ 국경선화의 국제법적 함의’에서 북한의 지난 3월 헌법 개정과 2024년 4월 이후 MDL 북측 철책·방벽·지뢰지대 조성 움직임을 ‘DMZ 국경선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남북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별개 국가 관계로 공식화했고, 이에 따른 국경선을 DMZ로 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전협정을 MDL과 DMZ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정한 기본 규범이라고 평가하면서 제62항에 협정 내용을 바꾸려면 당사자 간 상호 동의가 필요하고, 새 협정이 명시적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효력이 유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헌법 개정만으로 정전협정의 효력이나 DMZ의 법적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7조를 근거로 들면서, 국가는 자국 국내법을 조약 불이행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짚었다. 북한의 영토·국경 관련 헌법 개정은 국내 규정이나 정치적 주장일 뿐, 정전협정과 DMZ의 국제법적 지위를 대체할 효력은 없다는 취지다. 또 DMZ에 철책, 대전차 방벽, 철조망, 지뢰지대를 설치해 북한이 국경 방어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DMZ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남북한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계된 완충적 관리구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국경선화 담론과 시설물 설치 등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과 관련국이 북한의 국경선화 조치에 대한 법적 불인정 기록을 쌓는 것이 경계·지위 논쟁에서 중요하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유엔 총회를 통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권고적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경계·안보 협상에서 참고할 수 있는 국제법적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의 관련 움직임에 한국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는 판단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MDL 일대 장애물 설치와 DMZ 요새화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평가하는 반면, 유엔사는 방어 목적의 공사나 진지 구축이 자동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개별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