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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폭염을 식히는 숲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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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유난히 뜨거울 것이라는 예보가 들려온다. 한낮의 뙤약볕 아래를 걷다 보면 아스팔트의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러다 주말에 시간을 내 근처 산을 찾으면 사뭇 다른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흔히 나무들이 만들어낸 짙은 그늘 덕분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 이 서늘함 속에는 숲이 품고 있는 경이로운 생존의 비밀이 숨어 있다.

한여름의 숲은 키와 모양이 제각각인 온갖 나무가 한데 어울려 끊임없이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 작용을 이어간다. 뿌리가 빨아올린 물은 줄기를 타고 올라 잎의 미세한 숨구멍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때 물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주변의 열을 함께 거두어 간다.

서로가 내뿜은 수분이 한데 모여 숲 전체의 온도를 바깥보다 몇 도나 낮추고,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촉촉하고 쾌적한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나무가 어우러질수록 그 서늘한 기운은 한층 깊어진다. 숲은 이렇게 함께 호흡하며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온화한 그늘을 함께 빚어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의 모습도 이 여름 숲의 생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우리 사회는 점차 다채로운 나무들이 어우러진 커다란 숲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가 먼저 만들어둔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객(客)이 아니다. 각자의 고유한 결을 유지한 채 우리 동네 곳곳에 자연스러운 생기를 불어넣는, 숲의 온도를 함께 조절하는 또 하나의 나무다.

이주민 이웃들은 이미 우리와 같은 계절을 지나고 있다. 골목 어귀의 작은 가게를 지키고, 아이들의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의 부모가 되고, 동네 일터에서 나란히 땀을 흘린다. 이른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출근길에 오르고, 시장에서 장을 보며 안부를 나누고, 저녁이면 가족의 끼니를 챙긴다. 그 평범한 호흡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한결 생기 있는 공간이 되어간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올여름은 길고 지루한 폭염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뜨거운 길을 홀로 걷는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시원한 기운을 내어주는 나무가 된다면 이 혹독한 계절도 조금은 수월하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졌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기보다, 서로에게 가까운 그늘이 되어주는 소중한 일상의 동반자로 서로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무더운 7월, 우리 동네가 서로의 존재 덕분에 한결 쾌적한 온도를 품은 넉넉한 숲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팍팍한 일상을 함께 겪어내는 우리 모두가 여름 숲의 잎사귀들처럼 푸르게 반짝이기를 바란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