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 기조의 동력이 일부 손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6대 3 의견으로 출생시민권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유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대표해 작성한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은 미국인이라는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권리를 갖기 위한 권리’, 즉 우리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라며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의 보수 우위 구도이지만, 이번 판결에선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헌법상 출생시민권을 인정했다. 역시 보수 성향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해당 아동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행 연방법을 이유로 다수 의견에 동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 첫날, 미국에 불법 또는 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와 워싱턴은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 2심 법원은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그 효력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큰 불행”이라고 적고 의회 입법을 통해 수정헌법 14조를 사실상 개정하는 효과를 내도록 주문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연방대법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학내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에 대해선 정당하다고 판결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트랜스젠더 고등학생 베키 페퍼잭슨(16)과 대학생 린지 히콕스(25)가 각각 출생 당시 성별에 따라서만 스포츠팀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아이다호주의 법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관 6대 3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여성 종목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유권자 신분검사 강화 법안’에 담아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