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랜서 인재 플랫폼 이랜서(eLancer)를 이끄는 박우진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이랜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더 이상 프리랜서가 실업자 취급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랜서는 각 부문 프리랜서 전문가를 기업에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업에는 검증된 전문가를, 프리랜서에게는 맞춤형 프로젝트를 연결한다. 현재 확보한 전문가는 41만명 이상이다. 정보기술(IT)과 금융, 반도체, 디자인 등으로 분야도 다양하다.
박 대표는 AI 시대에 프리랜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분야 인력을 정규직으로 장기 운용하기보다 필요한 시점에 전문가를 프로젝트 단위로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규직 채용에는 장기적인 인건비와 고용 유지 비용이 따른다”며 “전문성을 갖춘 프리랜서에게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 프리랜서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박 대표는 “AI와 금융, IT, 반도체 프로젝트 분야에서는 연간 수억원의 수입을 기록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프리랜서 플랫폼을 만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석사학위를 마친 뒤 대우중공업 중앙연구소에서 IT 분야 전문가로 일하던 그는 동료들이 해고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 대표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프리랜서에 대한 선입견도 컸다. 정규직을 안정성과 능력의 상징으로 보던 시절이었다. 박 대표는 “당시에는 프리랜서를 실력 없는 일용직처럼 보는 시선이 강했다”며 “기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맞는 디자이너를 추천해도 직접 채용하는 편이 낫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꾼 것은 27년간 축적한 검증 시스템이었다. 이랜서는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수행 이력과 고객 평가, 기술 역량, 재계약 여부 등 다양한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했다. 단순한 이력서가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성과와 협업 경험을 기반으로 전문가를 검증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런 체계가 공고해지면서 기업이 프리랜서를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신뢰하는 기반도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랜서는 지난해부터 일본 주요 대기업과 현지 IT 인력 공급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10년 뒤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가 아주 높은 일부 대기업은 예외일 수 있지만,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방식은 더 이상 표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AI와 협업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일을 바꿔가며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특정 직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AI와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프리랜서 시장이 성장한 만큼 관련 지원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랜서도 하나의 경제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사회 안전망과 금융 지원, 경력 인증 체계 등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