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나스닥 시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37조원에 달하는 투자 실탄을 확보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쟁탈전의 고삐를 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투입함으로써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가 주당 149달러로 최종 확정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이날 나스닥 시장에 공식 상장돼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전체 발행 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를 신주로발행하기로 했다. 3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공모 대금은 오는 14일 회사에 납입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능력(CAPA)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에 조달할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기계장치 등 건설 및 시설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내년 말까지 도입 예정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도 1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에 여전히 무게가 실린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메모리 3사의 평균영업이익률이 75~80%에 달할 것으로 보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이런 호황이 적어도 2027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론이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 14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 구축에 나선 것도 이번 슈퍼사이클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핵심 사업으로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광주 군 공항에 조성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증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이번 나스닥 상장은 막대한 현금 유입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 재평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도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확고한 세계 1위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 모두 3위인 마이크론과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마이크론보다 20~40% 낮게 평가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ADR 상장 추진에 대해 “한국 주주들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스닥 상장 이후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패시브 자금이 추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순현금 10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이번 상장을 통해 한층 달성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의 기업공개(IPO) 가격을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고 이날(한국시간) 발표했다. ADR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ADR 공모가는 전날 한국 증시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 218만6000원(원/달러 환율 1,509.9원 기준)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과거 알리바바(250억달러)를 넘어 외국 기업의 미 IPO 사상 최대 규모다. 미 IPO 기준으로는 스페이스X(857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IPO 규모다.
공모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이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