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폭스바겐그룹은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직원의 15%인 10만명을 감원하고 독일 공장 4곳을 추가 폐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감원 목표가 12만명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인건비가 싼 동유럽 공장을 더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그룹 지분 20%를 보유한 니더작센주 정부의 반발이 거세다. 글로벌 2위 폭스바겐은 작년 12월엔 드레스덴 공장을 닫았는데, 자국 생산시설 폐쇄는 창사 88년 만에 처음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 닛산은 내년까지 글로벌 직원 2만명을 감축하고 자국을 포함한 공장을 17개에서 10개로 줄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사무직 조기 퇴직자를 모집 중이다. 적자 늪에 빠진 혼다도 태국 공장 2곳을 하나로 통폐합했고, 내년부터 인건비가 싼 인도에서 전기차 주력 모델을 생산, 국내로 역수입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스즈키·미쓰비시도 해외 공장의 매각 또는 가동 중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글로벌 5위인 미국 GM도 올해 1200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의 강자인 독일·일본·미국의 완성차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전환 대처에 미숙했던 데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자국·해외 시장을 내준 탓이다. 지난 5월 들어 신규 등록 승용차 중 수입차 비중이 월간 25%를 처음으로 넘어선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8%나 줄었다. 지난해 전체로도 19.5%가량 줄어든 데다 2분기 역시 두 자릿수 비율 감소가 예상되는 등 영업익 둔화 흐름이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을 계기로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하루 2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6일부터는 토요일 특근과 연장근로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작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고집하는데, 3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 5조5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노조의 지나친 요구로 투자에 차질을 빚는다면 국가 경제로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완전 월급제 시행,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과거 노조 활동 중 불법 행위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같이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들이다. 노사 협상을 통해 사측이 수용가능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판매량과 영업이익 모두 압도적인 1위인 일본 도요타는 국내 생산인구의 부족과 인건비·물가 상승 등에 따른 차량 납기 장기화로 위기에 처하자 노사가 비용 절약과 생산성 향상에 의기투합했다. 현대차 노조가 강공으로만 치닫는다면, 구조조정 칼바람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