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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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이모저모] "한국, 침대축구 그만하시죠!" 外

"이봐요. 한국 선수들은 왜 자꾸 땅바닥에 눕는거죠?"
'한국 침대축구 그만!' 황당했던 레바논 기자의 외침

"이봐요. 한국 선수들은 왜 자꾸 땅바닥에 눕는거죠?"

한국과 레바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 경기가 열린 8일 레바논 시돈의 시돈 시립경기장에서 황당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전반 40분께 상대 문전 왼쪽에서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취재진 뒤편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레바논 골닷컴 기자 베라히는 돌연 기자를 부르더니 "Why they are always on the ground?(한국 선수들은 왜 자꾸 땅바닥에 눕는 거죠?)"라며 소리쳤다.

레바논 선수들의 거친 반칙에 거듭 한국 선수들이 파울을 얻어내자 인내심이 바닥난 듯 했다.

이날 레바논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에게 반칙을 범하며 거친 경기를 예고했다. 전반전 파울 개수는 5개에 불과했지만 레바논 선수들의 태클은 기본적으로 깊고 거칠었다. 심판의 휘슬은 곧잘 울리지 않았고 거친 태클에 당한 태극전사들은 번번이 애꿎은 땅을 쳤다.

그러나 레바논 기자의 눈에는 자국 선수들의 반칙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 선수들은 증동 기자의 눈에 '침대 축구'를 하는 팀으로 인지됐다.

○…레바논 축구장은 흡연구역

관중석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축구와 흡연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겠지만 한국에서라면 결코 찾을 수 없다.

레바논은 다르다.

경기장 안내를 맡은 도우미는 물론, 경호를 위해 나선 군인, 심지어 취재진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담배를 물고 경기를 봤다.

한국과 달리 레바논에서는 공공시설에서의 흡연이 불법이 아니다. 당당한 기호식품으로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한국과 레바논의 일전이 펼쳐지는 중에도 '끽연가'들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데 열을 올렸다. 점수차가 벌어질수록 담배 연기도 자욱해졌다.

○…'1대 180' 붉은악마 없이도 잘 싸운 응원전

50여명의 한국 교민들은 9000여명의 레바논 현지인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도 '일당백'의 모습으로 태극전사들을 지원했다.

한국과 레바논의 평가전이 열린 시돈 시립경기장은 2만3000여명 규모로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 40㎞가량 떨어진 만큼 현지 응원단의 숫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1만명에 달하는 레바논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반면 태극전사들에 힘을 실어 줄 한국 교민은 50명 남짓에 불과했다. 현지의 불안한 치안상태 때문에 평소 원정응원을 펼치던 붉은악마도 레바논은 따라오지 못했다.

한국 응원단은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관람석 2층에 자리 잡고 힘을 모았다. 상대편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쉬지 않고 북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열정은 슈틸리케호에도 전해졌다.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시원한 승리를 예고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