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青岛)의 한 쇼핑몰이 최근 ‘수박 부수기’ 행사를 개최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 수박 부수기 행사.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었다.
이야기는 이달초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쇼핑몰에서는 수박을 팔고 있었는데, 한 브랜드 제품 수박을 사먹은 손님 중 17명이 배탈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이 사먹은 수박에 남아있던 농약이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수박을 사먹은 이들은 혀가 마비되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도 겪었다. 일부는 심한 구역질까지 했으며, 특히 한 임산부는 수박 속 농약 때문에 유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약 수박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보건당국이 수박 유통경로와 농약이 어떻게 해서 남아있었는지 등을 두고 조사에 착수하자 해당 쇼핑몰의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농약 수박 소식을 접한 손님들은 다른 물건마저도 사려하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쇼핑몰은 보관 중이던 4t 분량의 수박을 내놓는 한편,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을 불러 수박 부수기 행사를 개최했다. 농약 수박에 분노한 시민들을 달래고자 쇼핑몰이 고안해낸 방법이었다.
행사 당일, 쇼핑몰 앞은 여기저기 부서진 수박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농약 수박 사태 뿐만 아니라 평소 담아뒀던 스트레스까지 풀려는 듯 수박을 마구 바닥에 팽개쳤다.
쇼핑몰 관계자는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농약 수박 문제를 쉬쉬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태도를 드러내는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쇼핑몰이 문제를 덮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조금이나마 우리의 마음을 손님들이 받아주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yicai.com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