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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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갈 길 먼 '사법통역'] 美 '사법통역사 자격제' 운영… '언어장벽' 없애

선진국선 ‘국가공인제’ 시행/동시통역 등 능력 4단계 검증/재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加선 통역사 단체서 시험 주관/英은 사법·의료통역 정규 교육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정부나 통역사단체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사법통역사 자격제도’를 운영해 사법통역의 질을 담보하면서 통역인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26일 이지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78년 마련한 법정통역사법(Court Interpreter Acts)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이 연방 사법통역사 인증시험(FCICE) 업무를 관장한다. FCICE 언어는 현재 스페인어가 유일하다.

이와 별도로 각 주법원에서는 미국 사법통·번역사협회(NAJIT) 등 시험을 통과하면 사법통역사 자격을 준다. 다만 주별로 언어 사용 인구 분포에 따라 자격을 제도화한 언어가 조금씩 다르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1979년 사법통역사 시험을 처음 도입한 캘리포니아주는 매년 2차례 시험을 실시하는데, 실전 능력을 검증하는 구술시험의 문턱이 만만치 않다. 

구술시험은 서면시험을 통과한 뒤에 치르는데, 한국어 통역인에 지원하는 경우 법정통역 상황을 재현해 판검사와 변호사의 말을 끝까지 듣고 통역하는 순차통역과 한영·영한시역(텍스트 읽고 바로 통역), 동시통역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또 미국의 13개주에서는 사법통역사들의 재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사법통역사는 2년에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오리건주에서는 자격을 갱신하려면 3년마다 전문통역 10학점 등 25학점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

캐나다는 통역사 단체인 캐나다 통·번역사·전문용어학자위원회(CTTIC)의 시험에 합격하면 각 주의 법원이 사법통역 자격을 인정해 준다.

영국에서는 사법통역을 하려면 사법·의료통역 등을 아우르는 공공서비스 통역사 자격증(DPSI) 준비과정이나 대학 비학위·학위과정에서 통역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영국에는 사법통역 관련 자격제도와 정규 교육과정이 있어 법원 등 사법기관이 별도로 통역교육을 제공하진 않는다. 이들 국가 외에 네덜란드, 호주 등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통역인들에게 사법통역을 맡기고 있다.

이 교수는 “법원이 법무부 등 다른 유관기관과 협조해 국가공인 사법 통·번역 자격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