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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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린 사진 때문에 해고당한 치어리더


SNS에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평생의 꿈을 잃는다면? 

지난 29일 BBC는 황당한 이유로 해고된 치어리더 베일리 데이비스의 사연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베일리는 어린 시절부터 NFL(미국프로풋볼리그)의 치어리더를 꿈꿨다. 소녀는 언젠간 엄마가 안무가로 일하는 ‘뉴올리언스 세인츠’ 에서 춤을 추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 치어리더로 활동하며 춤을 배웠고 부단히 노력했다. 결국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꿈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 베일리는 자신이 평생 꿈꾸었던 직장인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구단으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단은 베일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을 문제 삼았다. 그녀의 몸매가 드러난 사진이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구단 관계자는 ‘치어리더는 누드, 반 누드, 란제리 차림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해고의 근거로 댔다. 


베일리가 해고당한 계기가 된 SNS 사진. 구단은 이 사진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그녀를 해고했다. 베일리는 이 사진이 자신의 '포르폴리오'일 뿐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구단은 베일리가 구단 선수들과 같은 파티에 참석한 것도 문제 삼았다.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규정을 통해 치어리더들에게 수많은 제약을 가했다. 그러나 남자선수들에겐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베일리는 결국 고용평등위원회(EEOC)와 함께 구단을 고소했다. 베일리의 변호사는 BBC에 “구단의 규정이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어리더들 역시 선수들과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일리에 의하면 구단은 선수와 치어리더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이는 치어리더에게만 적용하는 족쇄였다. 치어리더가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먼저 선수가 와 있었다면 치어리더는 바로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 치어리더가 먼저 식당에 있었던 경우에도 선수가 들어온다면 치어리더가 식사를 중단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식사한 것이 적발됐을 때 직장을 잃을 위험에 처하는 것도 치어리더뿐이다. 베일리의 변호사는 이외에도 수많은 규정이 치어리더에게 부당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가 입수한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규정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 치어리더들은 단복을 입고 공공장소에 갈 수 없으며, 단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공개할 수 없다. 
● 치어리더들은 선수, 코치, 매니저와 데이트하거나 친밀한 행동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 치어리더들이 선수들과 지나치게 친하게 지낸다면 바로 퇴출당할 수 있다.
● 치어리더들이 SNS를 할 때 본인의 직업을 드러내선 안 된다. 

이와 같은 규정이 NFL의 다른 구단에도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치어리더에게 고소당한 최초의 구단은 아니다. 뉴욕의 ‘버펄로 빌스’는 2014년 치어리더의 몸매를 평가하는 신체검사를 하는 등 부적절한 처우로 세간의 비난을 받으며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이아란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Bailey Davis instagram, courte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