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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 당시 변변한 제조업체를 찾아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차량 전용 선적부두와 야적장에 미국 등지로 수출될 차량들이 가득 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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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수출의 날 행사에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표창기를 받고 있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 |
건국 60년사는 우리 경제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고, 이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우리 기업들은 건국 이후 영욕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반도체와 철강, 선박, 휴대전화, TV 등의 부문에서 세계 1등 자리에 오르며 지구촌 곳곳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 출발은 미약했다=면(綿), 밀가루, 설탕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3백(白)산업. 한강의 기적을 거쳐 IT(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코리아의 저력은 여기서 시작됐다. 농업이 산업의 전부였던 정부수립 당시 ‘3백 산업’을 씨앗으로 우리나라는 세계를 놀라게한 개벽(開闢)을 시작했다. 6·25전쟁으로 산업기반이 초토화된 우리는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자본을 축적했고, 복구사업이 진행되면서 대한중공업, 동국제강, 한국유리공업 등 기간산업 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1960년대들어 박정희 정권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면서 기업 덩치도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은 분배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서민들의 눈물겨운 고통을 수반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1-2차 오일쇼크, 신군부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격변, 97년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시련들을 극복해내며 경쟁력을 키웠다. ‘한강의 기적’은 1∼2세대 기업인들의 도전 정신이 밑거름이 됐다.
정주영 회장은 울산 미포만의 모래사장 사진과 5만분의1 지도, 영국 스코트 리스고우 조선소에서 빌린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도면만 갖고 세계를 다니며 26만t급 유조선 2척을 수주했고 조선소가 완공되기도 전에 선박 진수식을 치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포니 신화’도 이때 나왔다. 73년 7월 정부는 국내 자동차 4사인 GM코리아와 기아, 현대, 아세아자동차에 “고유모델 승용차 공장건설 계획을 작성해 8월 5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독자 모델을 양산, 경쟁을 통해 생존권을 확보한다는 사생결단식의 방법론을 택했고, 이를 따른 회사는 현대뿐이었다. 연간 조립생산 실적이 7000대도 안되는 현대는 포니를 연간 5만대 생산하겠다는 계획서를 3주 만에 내고, 미쓰비시에 엔진공장 건설을 맡기면서 ‘포니 신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1차 오일쇼크로 경제가 휘청이던 74년 흑백TV가 주력이었던 삼성전자의 이병철 회장은 ‘산업의 쌀’인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아들인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반도체 얘기를 꺼내면 “그 돈이면 TV를 몇백만대나 더 만들 수 있는데 그 쪼그만 것 만드는 데 쓰겠다는 거냐”며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한국반도체를 인수, 오늘의 삼성전자를 키우는 초석을 놓았다.
철강 불모지에서 99년 일본 신일본제철을 누르고 마침내 조강생산 1위로 올라선 포스코도 “실패하면 바닷물에 빠져 죽자”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이 빚어낸 산물이다.
◆글로벌 기업, 한국의 위상 높인다=지난 2005년 5월20일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식 행사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얼굴에는 감격이 밀려왔다. 건국초기 미군이 쓰다 버린 ‘짚차’를 개조해 승용차로 만들었던 한국 기업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날갯짓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건국 60년을 맞은 한국의 위상은 세계시장에 우뚝선 한국 기업의 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제품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한국 기업들의 시선은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5대양 6대주로 뻗어가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대다수 기업의 글로벌 경영은 갈수록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R&D(연구개발) 및 디자인 센터 건립도 줄을 잇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지난해 207억달러를 돌파, 90년(11억달러)보다 18배 넘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인도, 헝가리, 브라질, 멕시코 등에 걸쳐 전 세계에 생산시설(21개)과 R&D센터(13개), 판매법인(41개)을 포함해 모두 75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현지 인력만 5만3000명에 달하며, 지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전체 매출의 80%(수출 포함)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했다.
구본무 회장이 직접 글로벌 경영회의를 주재할 만큼 LG그룹의 글로벌 경영도 가속도가 붙었다. 주력 기업인 LG전자는 미국, 중국에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110여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만 해도 88년 멕시코 멕시칼리에 세운 가전공장을 비롯해 영국, 브라질 등 전 세계 60여개로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에너지기업들도 84년 예맨 마리브 광구 유전 개발을 신호탄으로 해외유전 개발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에서 석유제품을 수출 1위 품목으로 만드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종석 원장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대형화가 경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며 “기업의 경영행태와 구조도 국제기준에 맞춰 투명화·선전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