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나라당 지도부와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불능 사태에 대한 이들의 책임이 야당 못지않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당 지도부는 소신과 원칙, 유연성을 적절히 배합해 대야 관계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야 협상에서 타이밍도 맞추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쓴소리도 곁들였다. 여당 원내대표단의 협상력을 불신하는 기류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김 의장에 대해선 “자기 정치만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청와대에선 국회 사무처의 야당 농성 강제 해산 시도를 ‘정치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강제 해산을 하려면 농성자보다 5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김 의장이 정말 해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의장 측이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해산하려고 들어간다’는 말을 미리 전했다고 한다”며 “김 의장이 한나라당으로부터 하도 압박을 받으니 해산 시늉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불만과 함께 국회 상황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여야 충돌사태가 급기야 국회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그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방송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핵심 쟁점법안 처리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 등 국정 주요 목표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늦어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8일까지는 주요 법안 처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등산에 나선 것도 이런 정국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종 ‘운동’ 삼아 산을 오르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산행은 답답한 심경을 풀고 정국 구상에 몰두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 첫 번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비상경제정부’ 구축에 따른 것이다. 5일 수석회의에선 그 후속조치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 상황과 상관없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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