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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이성태 한은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
이날 입찰에는 국내 5개 은행이 각각 10조원 이상 응찰했다. 한은은 시중의 자금 경색을 우려해 이 중 14조원만 흡수했다. RP 매각은 일정 기간 이후 되사는 조건으로 한은이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RP 낙찰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인 2.5%에 불과하며 만기는 6일물로 오는 15일에는 낙찰 자금이 다시 시중은행으로 되돌아간다. 즉 은행들이 단기 자금이 넘쳐 기준금리 정도 수준의 이자만 받고 80조원을 한은에 예치하려 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시중 자금이 기업과 가계로 흘러들지 않고 부동화하면서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설정액)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8일 기준 전날보다 1조2850억원 늘어난 101조24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MMF 설정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2월24일 9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1월 들어서만 MMF로 12조3000억원이 순유입되는 등 자금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은과 정부의 유동성 확대 조치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단기 자금이 급증했지만, 경기 하강 위험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MMF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유동성 확대 조치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위험 회피 심리 때문에 돈이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용 경색이 해소돼 막힌 곳까지 돈이 흐르게 하려면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자칫 기업이 잘못돼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어떤 투자자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태·황계식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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