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계적 금융회사인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해 2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현재 이 회사에 대해 우량등급인 ‘A2’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신용등급은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A1)보다 한 단계 낮고 현대자동차(Baa3)보다 높은 등급이다.
#2.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인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은 놀랍게도 파산 직전까지 우리나라 국가 등급과 같은 ‘A2’였다. 무디스는 리먼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7월 A2로 한 단계 강등했지만 9월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할 때까지도 이 같은 등급을 유지했다.
세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 3대 신용평가사들의 ‘이중 잣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세계 금융 위기를 부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최우량을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매우 관대하게 평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신흥개발국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멋대로 신용등급을 조정해 원성을 사는 실정이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3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우량(AAA)으로 판정하고 전망도 ‘안정적’을 유지했다. S&P는 1941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바꾸지 않았다. 무디스와 피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신용등급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미국보다 다섯 단계나 아래인 ‘A2’로 평가한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국내 유일의 토종 신용평가사인 한신정평가㈜는 경상수지 적자와 순대외 채무 등이 과다하게 부풀려졌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문제는 신용평가사들이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에 아무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해 평가방식과 정확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파산위기를 당해 구제금융 1500억달러를 지원받은 AIG는 지난해 5월까지 최우량 수준인 Aa2 등급을 유지하다 유동성 위기가 곪아 터진 9월에야 3단계 아래인 A2로 떨어졌고 10월 다시 A3로 한 단계 더 하락했지만 역시 우량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01년 파산한 미 에너지기업 엔론도 파산 4일 전까지 신용등급은 ‘적격’을 유지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가을까지도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문제없다’며 투자적격을 유지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갑자기 신용등급을 10단계나 깎아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인터넷판에서 ‘부채 경비견:길들여진 것인가, 낮잠을 잔 것인가’라는 특집기사를 싣고 이들 3대 신용평가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 3대 신용평가사들은 그동안 기업 등급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글로벌 경제 위기를 부른 데 대해 막대한 책임이 있다”며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강점이 있지만 이미 그 위상이 현저하게 흔들리고 있고 미국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는데도 이를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