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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27명의 조선왕들은 어떤 병으로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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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생로병사/강영민 지음/이가출판사/1만4500원

한미경 이가출판사 편집장
지나고 나니 어느 해이든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는 반성문 앞에서 2009년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고 전년보다 큰 사건·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낸 듯해도, 돌아보면 함부로 밟아온 눈길처럼 어수선함과 불안함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서도 병들고 죽어간다는 것은 더욱 커다란 골을 남기는 자국이다.

봄과 여름에 걸쳐 국민의 가슴에는 슬픈 시간이 머물렀다. 그 사이에는 팝의 황제라 불렸던 우상이 세상을 떠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름이 한창일 무렵부터는 신종플루로 인한 첫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희생자는 날로 늘어가고 공포감마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병듦과 죽음에 대한 자각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마침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고 하나에 새삼 모든 신경이 쏠리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역대 27명의 왕들의 생로병사를 들춰보는 것을, 남은 한 해를 갈무리하는 최소한의 자세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미쳤다.

그들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이자 상징인 왕이 아니었던가. 상대적으로 최상의 의식주 등 누구보다 풍족한 환경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순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눈앞에 횃불이 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온갖 노력을 다했던 분주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조선 왕들의 생로병사를 읽어보면 현재를 사는 우리도 어느 정도 건강지도를 가슴에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조선시대 27대 왕들의 생로병사 기록 속에서 그들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행보를 조명하다보면 현 삶의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야사를 통해서 왕들의 묻혀 있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그들이 앓았던 질병과 사인을 찾아 설명하고, 그 시대의 치료법과 현대의학을 접목해 비교해나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죽음에 임박했을 때 왕들이 품었던 심리적 상태와 그들의 또 다른 상징인 왕릉에 얽힌 비화와 만나자 처음 가졌던 기대는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창문을 열기조차 꺼려지고 마냥 온기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문득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특한 생각을 입김에 모아 닫힌 창에 불어본다. 그리고 그 불투명함 위에 ‘최선’이라는 단어를 서둘러 써보려고 한다. 각자 그렇듯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쓰고 나면 지나온 눈길에 난 어지러운 흔적들은 봄이라는 부드러운 톱니바퀴에 녹지 않을까.

그래서 생로병사와 함께 역사는 흐르고 우리가 발전한다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익숙해지지 못했던 진리와 만나지지 않을까.

봄을 향해 활짝 열린 창 앞에서 말이다.

한미경 이가출판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