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하루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일본 선수단의 동계올림픽 중간결산 기자회견에서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단장은 이 같은 말로 위기감을 표시했다.
하시모토 단장이 대회 중반을 겨우 넘어선 시점에 벌써 '4년 후' 운운하는 발언을 한 것은 지금까지 거둔 일본의 성적이 예상했던 이상으로 초라하기 때문.
대회 초반 여자 모글 스키 등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일본 대표팀은 한국의 모태범이 금메달을 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고 피겨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1개 추가하는 데 그쳤다. 22일 오후 4시 현재 성적(금메달 기준)은 20위.
이런 일본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같은 시각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5위를 달린 한국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전통적인 메달밭인 쇼트트랙 외에도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으며 중국을 앞서 아시아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데 놀란 듯 신문 지면을 비중 있게 할애해가며 한국 선수단의 선전소식과 한국의 반응 등을 전하고 있다.
특히 조.석간을 함께 발행하는 아사히신문은 22일자 석간 1면에 '메달 양산 한국 열광'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대표팀의 약진 소식을 상세하게 전하며 일찌감치 한국의 선전 원인을 분석했다.
아사히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장점을 소수정예 중심의 '엘리트 체육'에 초점을 맞춰 소개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쇼트트랙 연습을 하면서 한국 특유의 코너워크를 몸에 익혔다는 점과 태릉선수촌에 1년 내내 연습할 수 있는 국제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다는 점,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이 스케이트연맹을 후원해왔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일본이 해온 분석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메달리스트들이 88년 이후에 태어난 '88둥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과 이상화, 이정수 등이 1989년생이고 금메달 기대주 김연아가 1990년생,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1989년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들의 활약과 88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결론은 한국의 운동선수들이 이전처럼 '국가를 대표한다'는 비장감이 적어졌고 겁도 없어진 신세대라는 점이 한국 선전의 한 요인이라는 것.
전후 일본 경제를 일으킨 기성세대에 비해 최근 젊은이들이 책임감도 없고 의욕도 없어졌다고 질타해온 일본 언론이 생기발랄한 한국의 젊은이들을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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