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부산의 한 다세대주택에 살던 여중생 이유리(13)양의 납치 용의자로 김길태(33)씨를 지목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한 가운데 3일 새벽 경찰이 수색 중에 용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남성을 눈앞에서 놓쳤다.
부산 사상경찰서 실종아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사상서 소속 형사 3명은 이양이 살던 다세대주택 인근의 빈 집을 재차 수색하던 중 형사 1명이 플래시를 집안으로 비추자 한 남성이 뒤쪽 창문을 통해 3.5m 담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형사는 “잡아라”라는 고함과 함께 남성을 따라 담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발목을 삐는 바람에 추격하지 못했다. 현관을 지키고 있던 나머지 형사 2명이 도주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김씨로 추정되는 남성은 사라진 뒤였다.
이 남성이 머물렀던 빈집은 이양의 다세대주택에서 불과 30∼40m 떨어진 곳이었고, 남성은 검은색 계열의 점퍼 차림에 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양의 소식이 끊긴 지 8일째 되는 이날은 이양이 다닐 예정이었던 사상구 덕포여중의 입학식이 열리는 날이다.
이양의 어머니 홍미임(38)씨는 “납치되기 전 유리와 지난 일요일(2월28일) 함께 마트에 노트를 사러가기로 약속했다”며 “유리는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생각에 무척 들떠 있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매일 딸의 납치 용의자 수배 전단을 돌리고 있는 홍씨는 “(용의자를 향해) 어디서 이 말을 듣는다면 아무 탓하지 않을 테니 지금이라도 어서 딸을 보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새벽 빈집 수색 중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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