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서도 소재 불명 등으로 기소중지한 강간 사범은 200명가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와 같은 잠재적 강간범죄자가 생활 주변에서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강간범죄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제2, 3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검찰이 이들의 소재 수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1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성범죄 관련 기소중지 건수는 643건으로, 이 중 형법상 강간 기소중지 건수는 215건이다. 보통 강간은 남자 1명이 여성 1명을 상대로 저지르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여럿이거나 가해자가 더 많을 때도 있어 강간 기소중지자는 모두 200명 안팎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강간 사건 기소중지자 숫자는 통상 발생 건수보다 10∼15% 적기 때문에 기소중지 215건에 연루된 피의자는 200명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소중지는 범죄 공소요건을 갖춰 객관적 혐의 입증이 충분한데도 피의자나 참고인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피의자는 전국에 지명 수배된다.
하지만 기소중지 처분된 사건은 피의자가 마음먹고 자취를 감춘 것이라서 수사팀이 적극적으로 검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붙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수사를 통해서 보다 검문검색 등으로 피의자가 우연히 붙잡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길태도 지난 1월 말 22세 여성을 감금·성폭행한 혐의로 기소중지됐지만 경찰 추적이 느슨했던 탓에 수배 중 납치·살인을 저질렀다.
특히 기소중지 사건은 경찰이 그나마 피의자 신원을 확보한 경우이지만, 지난해 발생한 강간사건 1만215건 중 해결하지 못한 1048건 피의자 상당수는 누구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강간사건 기소중지자 등 재범 가능성이 큰 성폭력 수배자 검거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방경찰청장 회의’를 통해 부산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 “어린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무겁게 느낀다”면서 “재발 가능성이 큰 성폭력 미검 사범을 붙잡기 위해 전담검거반을 편성해 추적하고 인력을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앞으로 3개월간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수배자 일제검거에 나서고 성폭행범에 대한 1대 1 전담관리제를 확대해 우범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방침이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얼굴’ 알고도 기소중지된 성폭력 피의자 전국 2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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