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16일 오전 10시5분쯤 현장검증을 위해 범행현장에 도착하자 주민 100여명이 몰려나와 분노의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주민들은 주택 옥상에까지 올라가 범행 재연 장면을 지켜보며 치를 떨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한 50대 남성은 “죽여버리겠다”며 김길태를 향해 뛰쳐나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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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실시된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범죄행위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되는 도중 주민들이 이동 중인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현장검증은 이양의 집에서 시작돼 성폭행 및 살해현장으로 지목된 무당집(무속인이 살던 폐가), 이양의 시신을 옮겼던 빈집, 시신을 유기한 물탱크 주변, 범죄의 근거지가 됐던 옥탑방, 검거장소 등 6곳에서 4시간여 동안 실시됐다.
김길태는 현장검증에서 이양의 시신을 물탱크에 유기하는 사실은 시인했지만 이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과정에 대해서는 전날 자백했던 것과 달리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경찰관과 함께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에 모자가 달린 검은색 점퍼, 하늘색 슬리퍼를 신고 포승줄에 묶여 현장에 나타난 김길태는 현장검증 첫 번째 지점인 이양 집에 도착했다. 김길태는 이양 집 바로 옆 빈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빈집과 이양 집 뒤 벽면 사이로 난 통로를 통해 이양 집 다락방으로 침입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김길태는 이 부분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관이 김길태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방 내부가 기억이 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힘없이 말했다.
경찰은 특히 안방에 마네킹을 눕혀 놓고 이양을 납치하려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지만 김길태가 이양이 방에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정확한 상황 재연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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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포승줄에 묶인 김길태가 현장검증에서 체포되기 전 H빌라 계단에 앉아 있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부산=연합뉴스 |
그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이양의 옷을 넣었고, 유전자가 검출된 휴지는 경찰조사에서 있었다고 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양의 시신을 담은 전기매트용 가방을 메고 나가는 장면 재연은 김길태의 거부로 대역이 나섰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길태는 당시 기억이 나는 듯 오른쪽 팔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보일러용 물탱크 옆 폐가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길태는 “추울까봐 미안해서 우선 물탱크에 시신이 든 가방을 던져넣고 나와서 대야(고무통)에 석회가루를 탔다. 그리고 물탱크에 석회가루와 봉지를 넣고 뚜껑을 닫은 뒤 그 위에 벽돌을 올려놨다”며 시신 유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참관하던 검사가 “당시 시간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김길태는 “검사님, 당시 시계를 볼 수도 있었지만 보지는 않았다. 그럴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되받아쳐 검사를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어 김길태는 양부모집으로 이동해 지난달 25일 양아버지에게서 사상경찰서 형사 명함을 받아 전화를 걸어 범행을 부인한 사실을 재연했다. 마지막 현장검증 장소인 김길태가 경찰에 붙잡힌 덕포시장의 모 빌라에서는 김길태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부분인 성폭행과 살해 범행장소에 취재진의 접근을 막아 빈축을 샀다. 경찰은 좁은 장소 탓에 현장검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취재기자 4명, 사진기자 2팀, 방송 2팀 등 현장검증에 참여할 취재진 숫자를 한정했다. 또 현장검증 장소가 실내일 경우 취재기자 1명만 출입을 허용키로 하고 사전에 이 같은 방침을 취재진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길태가 이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이번 사건의 핵심 범행장소인 무당집에서 행해진 현장검증에서 현관문을 걸어잠그는 등 취재진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