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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빈집’에 남은 ‘범죄의 흔적’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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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 동작구 재개발지역 순찰 동행 르포
“유리 파편이나 위험한 물건 조심하고, 누가 잠을 잔 흔적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도록 해!”

16일 오후 재개발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떠나고 흉가가 늘어선 서울 동작구 동작동58 일대에 경찰이 투입됐다. 깨진 유리와 주민이 버리고 간 소파 등 가재도구가 즐비한 채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적해졌다.

성북구서도 수색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이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함에 따라 경찰이 전국의 재개발지역을 대상으로 방범활동을 강화하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정릉지구대 대원들이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성북구 정릉2동 재개발 10구역에서 빈집을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은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빈집에서 범행하고 몸을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재개발 현장과 공·폐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방범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경찰이 찾은 동작동 재개발 지역은 ‘정금마을’로 불리는 동작경찰서 관내 대단위 재개발지역 4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수교차로 부근 동작대로에서 국립현충원 뒷산까지 3만7610㎡ 규모다.

이곳은 단독주택과 3∼4층짜리 빌라가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지역으로, 2006년 아파트로 재개발 승인이 난 뒤 지금까지 370여가구가 떠나 대부분 집이 비어 있다. 아직껏 보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24가구만이 살고 있을 뿐이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불을 피워 놓고 삼삼오오 모여 굳은 표정으로 경찰을 지켜봤다. 한 여성 주민은 “우리 주민들이 지키고 있어 노숙자 등이 오지 않아 별 사건·사고가 없는 곳”이라면서 “큰 사건이 터지니까 경찰이 몰려오네…”라고 마뜩잖은 표정이었다.

경찰기동대와 방범순찰대원 등 131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색에 집중했다. 4∼5명씩 짝을 지은 경찰은 빈집 지하에서 옥상까지, 큰 가구부터 널브러진 쓰레기까지 뒤집어 보며 혹시 있을지 모를 범죄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장영훈 수경은 “최근에 이 지역 빈집에서 침대 매트리스와 촛불 등 사람이 잠잔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평소에도 하루에 두 차례 이 지역을 순찰하고 부산 사건 이후에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양선 동작서 남성지구대장은 “빈집이나 폐가는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인이 모여들고 절도나 환각물질 흡입 등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는데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고 학교가 개학해서 더 큰 걱정”이라며 “앞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이 지역을 집중수색해 범죄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앞서 8일과 12일에도 대규모 점검에 나섰고 빈집에는 개별 식별번호를 붙여뒀다. 경찰은 이 번호를 바탕으로 건물 위치와 현황 등을 파악한 지도를 작성해 순찰과 비상상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