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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두순’ 김수철 범행로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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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학교도 위험… ‘안전지대’는 없다
10일 오전 김수철(45)이 A(8)양을 납치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이날도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범행이 발생한 시각과 같은 오전 10시쯤 기자가 직접 정문을 지나쳐 학교 안으로 들어갔지만, 신원을 묻거나 제지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기자 외에도 학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통제를 받지 않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후문 방향으로 향했다. 운동장 한 쪽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학교에 들어오는 외부인들이 많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운동장 왼편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돌아다녔지만 복도를 돌아다니는 학생들만 보일 뿐 교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제2의 ‘조두순 사건’이 일어난 지 3일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교사 지도 아래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지차수 선임기자
기자를 교사로 생각하고 의심 없이 인사를 꾸벅하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띄었다. 외부인들이 학생들에게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500여m 떨어진 범행장소 김수철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다시 정문으로 이동했다. 경비를 담당하는 ‘배움터지킴이’를 만날 수 있었다. 평일에만 근무한다는 그는 “술을 먹고 들어와 운동장에서 자는 노숙자를 내쫓았던 일이 몇 번 있었다”며 “혼자서 일하다 보니 출입자를 일일이 검사할 수도 없다. 학내 치안을 이런 식으로 놔두면 이 같은 일이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을 나와 오른편으로 학교 벽을 따라 조금 걸어간 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술집이 늘어서 있는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나오자 미용실, 음식점, 부동산 등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아동안전 지킴이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은 아이들이 긴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지킴이집’을 학교 주변에 지정했지만, 인면수심의 성폭행범 김수철에게 납치된 A양이 막상 도움을 청할 곳은 없었다.

큰길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서자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 사이로 길이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골목에는 상가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폭이 2∼3m뿐인 골목이었지만 김수철에게 납치된 A양이 이를 뿌리치고 도움을 청하기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이날 낮 12시 30분쯤이 되자 A양의 학교 근처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에서는 1, 2학년 자녀의 하교에 맞춰 온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A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조두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시내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서울시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학교 안에서마저 이런 일이 벌어지면 부모들은 어딜 믿어야 하냐”는 우려를 내뱉었다.

이들은 자녀가 나오자 손을 꼭 붙잡은 채 도망치듯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2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집이 학교 근처여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데리러 오는데 매일 와야 할 것 같다”며 “경찰이나 배움터지킴이가 학교를 순찰하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학부모들이 누굴 믿고 아이를 외부에 내보낼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귀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