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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한국만 대상 첫 사죄…불법성엔 여전히 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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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내용 평가와 의미
“1995년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일보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등 현안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 대한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개인적인 논평이다. 전체적인 맥락이나 내용에서는 한국 국민을 배려하려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보였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그러나 독도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등 민감한 사안은 여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국민 배려, 일본 정부 진정성 평가=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한국만을 적시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전후 50년이 되는 1995년 8월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와 전후 60년이 되는 2005년 8월 발표된 고이즈미 담화는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는 최초로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담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일본 측이 식민 지배의 강제성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은 한일 양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담화에서는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분명히 언급돼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식민 지배의 합법성을 주장해왔다. 한일 관계의 근본 문제는 식민 지배의 정당성 여부에서 촉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번 일본 정부의 우회적인 시인은 일본 역사 인식이 한 단계 진보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내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현 민주당 지도부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자민당 등 보수 야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 보수파도 담화에 대한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은 “(담화로 인해) 국제법상 새 의무가 일본에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만약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면 나는 몸을 던져 막으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간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발표한 담화에 대해 국내 관련 단체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회원들과 함께 일본의 각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대사관에 성명서 접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기대에 미흡, 과거사 현안 그대로=당국자들은 그러나 위안부·징용 피해자, 독도 문제 등의 언급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병합의 불법성과 강제성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담화에서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번 담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과거사 현안에 대해 확실한 진전과 해결이 이뤄지도록 끈기 있게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우리는 독도 문제를 역사로 보고 있지만, 일본은 영토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일본 정치권 내에서는 공통적으로 독도 문제에 강경하기 때문에 별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우승 기자·도쿄=김동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