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가 10일 한일병합 100년(22일)을 앞두고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 관계가 새롭게 진전할지 주목된다.
간 총리는 담화에서 “3·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처음으로 1910년 한일강제병합과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했다.
간 총리는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까운 시일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식민지배를 사과하는 담화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한국만을 대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 반환 의사를 밝힌 것도 처음이다. 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인도 대상 문화재가 조선왕실의궤뿐이냐’는 질문에 “궁내청에 보관된 여러 가지 조선왕조 시대의 도서를 인도할 생각”이라고 답변, 반환 대상 문화재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7·11 참의원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의 정치적 궁지에 몰린 간 총리가 여야 보수세력의 거센 반대에도 이 같은 내용의 특별담화를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화문 작성을 주도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담화 반대파 인사들에게 “북한의 납치문제나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간 총리 담화가 무라야마 총리 담화보다 진일보했다며 긍정 평가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일 간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의 밝은 한일관계를 개척해 나가려는 간 총리와 일본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 총리의 사과 담화가 한일 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로 자리 매김될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야마구치(山口) 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일본 정부가 ‘병합조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법적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보상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지적했다. 담화문에는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문제, 위안부 배상 문제 등 한일 간 첨예한 쟁점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간 총리와 내각 각료 17명 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종전기념일’에 1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에서 종전기념일 모든 각료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