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군 의료 개선에 동의하면서도 국방의학원 설립보다 민간병원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욱 타당성이 있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사협회도 의사 인력 과잉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모두에게 불신받는 군 병원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2006년 8월 ‘의무발전 추진계획’을 시행하면서 시설개선과 의료장비 획득에 2007년 570억원, 2008년 880억원, 2009년 91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96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 덕에 일부 수도권 병원과 전·후방 병원 등은 지방 종합병원 시설 수준으로 향상됐다. 사단급 의무시설에도 디지털 X선 촬영기 등 최신 진료장비를 갖췄다.
하지만 임상경험이 풍부한 군의관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병사는 물론이고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로부터 군 병원이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의관 2225명 중 장기군의관은 4%인 90명에 그치고 있다. 국방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계약직 의사 제도를 도입했으나 최근 3년간 계획 대비 27%에 불과한 24명만 확보했을 뿐이다.
군의관 질이 떨어지면서 오진과 의료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2005년 10월 노모 병장은 군 병원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고 치료 후 전역했지만 위암 말기로 사망했다. 2006년 8월에는 박모 일병이 군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다가 혈관 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숨졌다.
군 병원 불신으로 병사들이 민간 병원으로 몰리면서 진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군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더라도 병사가 희망하면 민간 병원에서 진료받는 ‘현역병 건강보험제도’ 이용 건수는 2006년 123만3325건에서 2009년 136만3643건으로 10.5% 증가했다.
국방부가 부담한 금액은 283억원에서 387억원으로 36.7% 늘었고, 병사의 본인부담금도 198억원에서 258억원으로 30% 증가했다. 또한 군 병원에서 진료하지 못해 민간 병원에 위탁한 건수도 2006년 4만2843건에서 5만1011건으로 19% 늘었고, 비용은 26억원에서 55억원으로 211.5% 급증했다.
◆국방부, “국방의학원이 해결책”
국방부는 석사과정인 국방의학원을 세워 2019년부터 매년 군의관 40명과 공보의 60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교육과정은 4년이며 의사면허 취득 후 5년의 수련기간을 거쳐 군 병원 또는 공공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시킨다는 계획이다. 건립비용 1987억원 중 1300억원은 광주·마산병원 등 해체되는 군 병원 매각대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국방의학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면 장기군의관 비율이 25%까지 확대돼 현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병만 군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혜택의 불평등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화학무기 등 민간에서 다루지 않는 군 특수의학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전장(戰場) 환경에 훈련된 정예 군의관 확보도 가능해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국방부의 계획에 동의하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군 의료 체계를 개편하려면 부대 안에 있는 의료 체계와 후송 체계만 유지하면서 군 병원을 폐지하든지 군대 안에서 자존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만들어 주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군의관들이 직업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며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는 국방부 안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정부 내 반발 등 넘을 산 많아
하지만 국방의학원 설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발의한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의협의 반대도 심하다. 의협은 현재도 의사가 넘쳐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더 늘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일선 의무대와 전·후방 병원의 시설 개선 및 군 의료 체계 간 후송 체계를 확립하고,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군 1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부도 부정적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야전병원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장기군의관을 40명 배치하겠다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산하는 지방 중소병원이 많은 만큼 우선 민간의 우수인력을 활용하고, 야전병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민간에서 의사를 채용한 뒤 주요 보직을 주지 않는 군 병원의 운영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