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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시신 수장은 전통 어긋나는 것”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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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종자들 성지화 차단”… 이슬람 장례식 후 추 매달아 수장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 시신을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에 수장한 것에 대해 이슬람권이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슬람 관례에 따라 빈 라덴 주검을 수장했다고 설명하지만,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신을 수장하는 것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빈 라덴의 주검은 이슬람 종교의식을 거쳐 2일 새벽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에 수장됐다. 그의 시체는 일단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기지로 옮겨졌다가 아라비아해 북부 지역에서 작전 활동 중이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로 이송돼 장례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수장 절차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일 새벽 1시10분쯤 시작돼 2시쯤 끝났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빈 라덴의 주검은 씻겨진 다음 하얀 천 위에 놓였다”면서 시체가 물에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량이 나가는 추를 매단 시신수습용 백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군 관계자가 이슬람교 의식에 따른 장례절차를 진행했고, 현지인이 이를 아라비아어로 통역했다. 의식이 끝난 뒤 시신은 바다에 내려졌다. 미군 당국은 시신을 사망 후 24시간 내에 매장하는 이슬람 관례를 존중, 빈 라덴 시신을 신속히 수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서는 빈 라덴의 시신을 누구도 찾지 못할 곳에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으로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은 시신을 수장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의 영원한 성지가 될 무덤이 생겨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일부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아주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시신 수장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이슬람 신자가 숨지면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영어명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망자의 머리를 둔 채 무덤에 매장한다.

수장은 사람이 배에서 사망했을 때나 시신을 육지로 옮기기에는 너무 멀어 부패가 우려되는 때에만 허용된다는 게 이슬람교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레바논의 한 이슬람교 지도자는 “미국인들은 빈 라덴을 수장함으로써 무슬림을 욕보이길 원한다”고 비난했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