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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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기분좋고 꿈을 갖게하고

조각가 노준 연말까지 동물캐릭터 전시
유년의 꿈과 추억을 건드려 주는 동물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장난감 가게인지 동화나라에 온 것인지 분간키 어렵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당장에라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동심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격일 것 같은 귀엽고 깜찍한 조각 작품으로 잘 알려진 노준(42) 작가의 작업실 풍경이다.

스테인리스 작품과 함께 한 노준 작가. 그는 만화 책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동물 캐릭터를 눈앞에 견고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인들에게 동심의 행복을 선사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들을 가지고 현대미술에서 사라진 문학성을 회복하려 한다. 동시에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스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어쩌면 동물은 우리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고독하고 외로운 삶 속에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의 앙증맞은 동물 캐릭터들은 잊고 있었던 유년의 놀이 추억, 원초적인 심미성을 불러온다.

“무한 경쟁과 정신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어쩌면 희망을 ‘잃고’ 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잊고’ 살지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희망을 잊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바쁘게만 살아온 생활 속에서 미처 ‘잊고’ 살았던 희망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고양이, 강아지, 원숭이, 판다 등 의인화한 다양한 동물 형상 캐릭터는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유쾌하고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친근하다.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조소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보수적인 기성 화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캐릭터 작업을 계속해왔다.

우연히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가 작업한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들의 대화가 인상적인 ‘깜찍이 소다음료’ CF가 인기를 끌면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 만들기 코너를 맡은 이색 경력도 있다.

한때 비구상 조각 작업으로 잠시 돌아가기도 했지만,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을 보면서 자식과도 같은 캐릭터들을 조각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캐릭터 조각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캐릭터 작업을 할 때는 마치 제 자신을 만드는 기분이지요. 제 자신이 많이 투영된 작업이라 정말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이 행복을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주고 싶어요.”

FRP로 만든 깜찍이 캐릭터들.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선보여 온 그는 겨울이면 누나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작업을 한다. 야자수, 티크, 수아르 등 나무 작업은 작가 특유의 손맛으로 인해 엔틱한 분위기가 난다. 발리 사암으로 식물과 꽃을 조각하기도 했다. 겨울 작업을 허락한 발리에 대한 감사함의 표시다.

중국에선 스테인리스 작업을, 한국에선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와 브론즈 작업을 했다. 조각작품을 여행지에 세팅해 찍은 사진작업도 선보인다. 14∼30일 송현동 이화익갤러리. (02)730-7817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