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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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서 불법조업 적발되자 흉기 난동…단속 나섰던 해경 1명 사망·1명 중상

청와대 “극히 불행한 일”…해경 “총기 적극 사용”
서해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해경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 어선의 횡포는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급기야 12일 단속 해경 특공대원이 피살되는 일이 발생했다. 3년 만에 다시 터진 피살사건이다. 쇠파이프, 도끼, 죽창을 휘두르는 중국 선원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해경 대원은 부지기수다.

재발 방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청호(41) 경장 등 해경 특공대원 2명이 이날 오전 7시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5㎞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던 66t급 중국어선 루원위 15001호를 나포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이 경장이 숨지고 이모(33) 순경이 중상을 입었다.

앞서 2008년 9월에는 전남 가거도 해상에서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당시 48세)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바다로 추락사했다.

압송 해경특공대원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어선 루원위 15001호의 선장이 1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인천해경으로 압송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해양경찰서는 중국어선 선장 청다위(42)씨를 살인 및 상해, 배타적경제수역(EEZ)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나머지 중국선원 8명도 검거해 전원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청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흉포화하고 있다. 도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단속 해경에 상해를 입히기는 예사다. 갑판에 쇠꼬챙이를 박아 아예 해경 대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까지 한다.

불법조업이 늘면서 단속되는 중국어선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해경은 2010년 영해나 EEZ를 침범한 중국어선 370척을 단속해 선원 130명을 구속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단속한 배도 439척에 이른다. 구속한 중국 선원은 58명이다.

해경피살 사건이 다시 발생하자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어업조합의 김모씨는 “대한민국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데 왜 소극적인 진압으로 화를 자초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경은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단속 경찰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접근단계에서부터 총기를 적극 사용하기로 했다. 모강인 해경청장은 “중국 불법어선 감시·단속에 최소한 9척 이상의 대형 함정이 더 필요하며, 이에 따른 인력과 단속장비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굳은 표정의 中대사 해양경찰관이 중국어선 나포작전 도중 중국선원의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12일 외교통상부로 초치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의 항의를 받은 뒤 외교부를 나서 굳은 표정으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극히 불행한 일”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어선의 불법행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중 기자,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