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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감성을 품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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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접목해 대박난 아이폰 신화
인간 오감이 기술개발의 출발점
과학기술계에서 ‘감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지는 이미 수십 년이 흘렀다. 1988년 시드니에서 개최된 국제인간공학 학회에서 감성공학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공식화돼 인간의 감성을 과학적으로 분석, 해석한 후 이를 제품이나 환경설계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후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의 감성과학이란 용어가 생겨나서 단지 기계·물질 중심적인 과학으로부터 인간 감성 중심의,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분야로 확대, 세분화되고 있다. 인지과학, 인간공학, 감성디자인기술, 휴먼 센싱 및 감성기술 등이 이에 해당된다.

더욱이 과학분야에서 감성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인간의 감성이나 이에 수반되는 여러 감각적인 요소가 실제 제품에 응용돼 큰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아이폰이 가져다 준 충격과 성공은 단지 그동안 몰랐던 기능적인 면뿐 아니라 구체적인 감성 요소로 소비자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면은 이제 소비자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자의 입장에서는 미래 제품을 위해 어떤 감성적인 요소를 결합해야 할지, 과연 현재의 과학 기술력으로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과학적 감성’이라는 단어를 제한되게 해석하면 과학기술력의 기반하에 구현이 가능한 다양한 감성적인 요소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고 보니 더 이상의 새로운 기술 제품이 필요 없어 보일 수 있다. 컴퓨터는 이제 왜 바꾸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했고 휴대전화도 새로운 기능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쓰지 않는 많은 기능이 내재돼 있다. TV도 화질, 화면 크기, 그리고 절전 효율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3D TV를 봐도 기능적 요소이기는 하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리얼리티로 감동을 받느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이미 차세대 TV에서는 시각, 청각 기능을 뛰어넘어 촉각, 후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로 개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화면에 나오는 김치찌개의 냄새를 시청자가 느끼게 해 주는 것인데 냄새를 과학적 신호로 변환, 전송해 시청자가 착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소비자는 이런 감성 기능의 사용 여부를 중요시하기보다 특정 회사의 이미지와 진보성이 감성 요소 개발의 성공과 맞물려 오히려 그 회사의 시장 장악력과 생존에 직결돼 있다.

조용수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
따라서 감성 요소의 중요성 부각과 함께 산업체에서는 인사 채용이나 평가에서 감성요소를 평가하는 감성지수(EQ)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능지수(IQ)와는 다른 정서적인 면에서의 지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자신의 감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판단아래 조화를 유지하면서 이를 업무 효율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한다.

이러한 과학적 감성 요소 추구의 이면에는 최근 부각된 인문사회과학적인 요소와 융화된 다학제간의 융합학문 분야의 육성과도 맞물려 있다. 미래에 과학적 감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융합 학문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면 이제 고등학교 교육부터 이과, 문과를 나눌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부터, 또한 현재 대학교육이 이러한 요구를 잘 반영하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새로운 과학 기술력의 시작이 수학공식이나 화학식이 아니라 감성적인 요소와 아이디어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주위에 무엇이 왜 필요한지, 과학과 기술개발의 시작점이 좀 더 인간의 내면에 가까워져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감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적극적인 추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조용수 연세대 교수·신소재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