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대선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 신설을 언급하며 “정부는 조세의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대선공약집은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수입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잠재적 납세자와 수혜자 모두가 참여해 그 폭과 방법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 나름의 해법이 국민대타협위를 설치해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 국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도 활동 종료 시점에 국민대타협위 논의를 거쳐 합리적 세부담 수준을 결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초연금 공약을 제대로 못지킨 이유로 재정 여건 악화를 든 것도 이 기구의 주요 활동이 증세론쪽으로 모아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여야 모두 ‘증세 없는 복지 불가’ 공감대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복지공약의 재원 규모는 13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이 7조∼8조원, 민주당은 1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부자감세 철회’를 기치로 사실상 증세론 공론화에 나섰다.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되돌리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복지공약을 추진하자는 게 골자다.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감세 철회를 통한 기초연금 공약의 원안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 확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정책의원총회에서 “제한된 세수상황에서 공약 실천과 지방재정 확충 등 복잡한 산식을 풀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있었다”고 언급한 것도 복잡한 당의 심경을 반영한 대목이다.
◆방식과 시점은 이견
그러나 각론에서 여야의 간극은 뚜렷하다. 새누리당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추가 세수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증세는 대선 공약을 계획대로 추진해본 뒤에나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바탕으로 한 50조∼60조원의 재원 확보 방안을 내세워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기준을 조정해 중산층과 서민 세부담을 늘리지 않고 세수 확충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여당은 “법인세는 건드릴 수 없다”고 못박은 만큼 국회 논의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결국 증세 실현 여부는 10·30 재보선을 전후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욱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증세는 정치적 부담을 질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고소득자 중심으로 더 걷는다고 해도 기준을 어디로 삼느냐는 것은 정치적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후속적인 과세 발굴 노력 없이 복지공약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국민대타협위를 통한 여론수렴이 정치적 부담을 비켜가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