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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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전세는 안녕하십니까] 전입신고 아예 막고 오피스텔 ‘작심 탈세’

전세난에 주거용 편법임대… 건물주들 세금 안 내려 횡포
서울 전입신고 가능 9%뿐… 수십만원 들여 전세권 설정
서울 지역에서 전월세 매물로 나온 오피스텔 가운데 전입신고가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 주인이 임대수익에 따른 세금과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추징당하지 않기 위해 세입자의 주거용 전입신고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대란 여파로 급팽창하고 있는 오피스텔 전월세 시장이 탈세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취재팀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시 전체 오피스텔 전월세 매물 1만9639건(전세 4029건, 월세 1만5610건) 가운데 중복을 제외한 전월세 2078건을 분석한 결과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표기된 물건은 전체의 9%인 188건에 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등록된 전세매물 1039건 가운데 전입신고 가능한 물건은 13%(142건), 올해 1월부터 등록된 월세매물 1039건 가운데 전입신고 가능한 물건은 4.4%(46건)다. 전월세 시장에서 전입신고는 광고 때 별도로 표시해 마치 집주인이 베푸는 혜택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오피스텔 탈세와 편법은 서민 가계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원래 전입신고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거지를 옮길 경우 14일 이내에 관할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다. 특히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한 제도인 확정일자나 연말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피스텔 전월세시장이 탈세와 불법으로 얼룩지며 세입자의 기본권까지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정부가 보내는 세금 통지서나 과태료, 예비군·민방위 훈련 및 부대편성 등도 전입 주소지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봐도 전국의 월세 가구는 348만9792가구에 달하지만 국세청의 월세소득공제를 이용한 가구는 도입 첫해인 2011년(2010년에 낸 월세에 대한 공제분) 전체의 0.4%인 1만4939가구에 그쳤다. 2012년도 1만4810가구로 첫해와 비슷했다. 그나마 지난해는 월세 소득공제를 받은 가구가 9만3470명으로 전년 대비 6배가량 늘었지만 월세 가구 수도 이에 못지않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돼 실제 월세 소득공제를 받는 비율은 여전히 한자릿수로 추산된다.

실제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에서 전입신고가 가능한 매물은 희귀했다. 취재팀이 전입신고 표기가 없는 매물 100여건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로 확인한 결과 모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을 내세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 고액 전세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전세권 설정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수십만원의 비용을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물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나 직장인 중심으로 오피스텔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전입신고가 가능한 물건은 매우 드물다”며 “집주인들은 임대수익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다 보니 전입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탈세와 불법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오피스텔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세제 강화가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과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것을 우려해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 investigative@segye.com